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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두고 갈라선 유럽…반유대주의 반대 vs 휴전

이소현 기자I 2023.11.13 17:24:19

프랑스 파리 '반유대주의 타파' 10만 행진
영국 런던 '팔 지지' 30만 몰려…최대 규모
'팔 반대' 시위대와 충돌…100여명 연행
독일·스페인·벨기에 등 '휴전 촉구' 시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한 달을 훌쩍 넘긴 가운데 유럽에서 두 쪽으로 갈라져 찬반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반유대주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한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유대주의 타파 촉구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에서는 반유대주의 타파(친 이스라엘)를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열렸다.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파리에서만 10만5000명, 전국에서 18만2000명이 반유대주의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는 모두 프랑스 유대인이다’, ‘다시, 지금은 절대 안 된다’ 등 구호가 적힌 팻말과 이스라엘·프랑스 국기를 들고 도심서 행진 시위를 벌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위 개최 전 일간 르파리지앵에 게재한 서한에서 “우리 유대인 시민이 두려움에 떠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시위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팔 전쟁 후 유대인과 무슬림 인구가 많은 프랑스 사회에선 반유대주의 행위가 확산하는 우려 커졌다. 실제 최근 프랑스에서 한 달간 최소 1240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신고돼 지난 10일 기준 539명이 체포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로이터)


전쟁 초기엔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민간인 인질 납치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 등 무차별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여론 지형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에 영국 런던에서는 전날 경찰 추산으로 30만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주최 측은 8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자유 팔레스타인’, ‘학살을 멈춰라’,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내 전역을 행진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공격을 규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한 참가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중에서 누가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른다”며 “다만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향해 기습을 시도한 반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10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영국 경찰은 전날 기준 126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히며, 대다수가 ‘팔레스타인 반대’ 시위대이며, 그중에서 여러 명이 훌리건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도 각각 수천 명의 사람이 모여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전쟁을 중단하고 인도주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외쳤다. 반유대주의 타파 촉구 시위가 열린 파리에서는 전날 강성 좌파의원들이 친팔레스타인 현수막과 깃발을 들고 수천 명이 모인 시위 행렬에 동참해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을 멈추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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