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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개발했지만 정확도가 발목

박일경 기자I 2020.06.15 16:07:17

임신테스트 기처럼 집안서 스스로 10분 내 확인
피씨엘·길바이오 등 선보였지만…국내 판매 불가
‘90% 이상 정확도’ 높여야지만 70~85%로 미달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임신 테스트 키트’처럼 가정에서 10분 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자가 진단기기가 개발됐으나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 정확도가 낮아서다. 통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체외진단기기 오진률이 10명 중 1명꼴인 10%를 벗어나면 아예 심사 대상조차 삼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야외주차장 옥상에 차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병원 관계자가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5일 체외진단기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피씨엘(241820)(PCL)은 병원·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를 직접 방문해야만 받을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을 보완할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했다. ‘항원 간편 진단키트’로 정확도는 85%에 달한다. 길바이오 역시 ‘항체 신속 진단키트’를 내놨다. 정확도는 70% 안팎으로 전해졌다. 두 제품 모두 5~8분 사이 육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간단하게 집이나 직장에서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요구하는 정확도 수준에 미달하며 판매허가를 받지 못해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 진단 키트를 개발한 일부 업체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가 일반 판매 허가 절차를 밟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며 “아직까지 판매 허가를 받은 간편 키트 제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긴급사용 승인에 비해 판매 허가 절차는 심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사실 당국은 간편 진단 키트보단 긴급 수술이나 분만 등을 앞둔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최대한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응급용’ 긴급사용 승인 심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질본은 응급용 선별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핵산 증폭 방법) 시약의 한시적 긴급사용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받았다.

대상 제품은 ‘PCR’ 진단 키트로 한정했다. 특정 항원·항체를 검출하는 면역진단 방식 키트는 제외했다. 신청 요건은 응급환자 대상 사용되는 ‘응급용’으로 검체 전처리부터 결과 도출까지 1시간 이내임을 입증 가능한 제품이다. 임상적 성능시험 결과 민감도 95% 이상, 특이도 97% 이상에 각각 해당해야 한다.

‘응급용’ 진단 키트에 관한 긴급사용 신청을 마감한 결과 총 13개 품목이 접수됐다. 식약처는 공고상 성능 기준을 충족했는지 엄격히 따져 최대한 빠른 시일 승인할 계획이다. 이달 중에 결정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글로벌 바이오 유통기업 길바이오의 ‘항체 신속 진단키트’. 이 제품은 5~8분 사이 육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간단하게 집이나 직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하다. (사진=길바이오)


그간 PCR 방식 진단 키트 단점으로 지적돼온 4~6시간이란 긴 검사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면서 검사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을 지녔던 항원·항체 면역진단 방식 키트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게다가 최대 99%에 이르는 PCR 키트 정확도에 비하면 항원·항체 키트는 ‘가짜 양성’ 판정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 진단 키트의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수출 허가를 받았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인증(CE) 등 세계 각국 정부가 실시하는 임상 심사를 개별적으로 통과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사정과는 별개로 자가 진단 키트에 대해 판매 허가가 난 국가는 전 세계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우리나라는 자가 진단 키트 범위를 좁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항원·항체 면역방식 키트는 현장진단(POC) 키트로 대부분 자가 진단 키트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FDA 뿐 아니라 러시아·인도·유럽 각국에서 이미 항원 및 항체 키트에 대한 허가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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