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22원 급락…원·달러환율 `고점론` 솔솔

최정희 기자I 2022.05.18 16:04:04

지난주 1290원대 찍었던 환율, 1270원대로 내려앉아
2분기말 1190~1220원까지 하락 전망 나와
하반기엔 의견 분분…"1200원초 우하향" vs "1300원 돌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7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더 퓨처 오브 에브리싱 페스티벌’ 행사에서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WSJ)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나흘 만에 20원 가량 급락하면서 환율 고점론이 번지고 있다. 2분기 말께 1190원~1220원대까지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빠른 긴축과 중국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 등의 악재들이 완화되면서 우하향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나 하반기 다시 환율이 튀어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1291.50원이 단기 고점…2분기말까지 우하향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1266.60원에 마감해 나흘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2일엔 환율이 1288.60원에 거래를 마쳐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7월 14일(1293.00원) 이후 12년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종가 기준으로 나흘 만에 22.0원 하락한 것이다. 장중 고점도 12일 1291.50원에서 이날 1272.8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주 기록한 환율 1291.50원이 단기 고점이란 인식이 번지고 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가 105선에 달했다가 103선까지 밀려놨다”며 “중국 코로나 확산 여파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머징 마켓 관련 부정적인 이슈가 터지지 않는 한 환율은 단기 고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마켓포인트)


최근 미국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선 중립금리 이상의 정책금리 인상도 불사하겠다며 미국 경제가 강해 금리 인상을 버틸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세게 올려도 경기가 침체로 빠지진 않을 것이란 믿음을 준 것이다. 이날 나온 미국 경제지표가 파월 의장의 경기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소매판매는 전월비 0.9% 상승해 예상치(0.8%)를 상회했고 산업생산은 1.1% 증가해 전망치 0.5%를 웃돌았다.

달러 강세를 지지할 이슈이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 등에 달러인덱스는 103선으로 내려 앉았다. 또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 기대감, 테크기업 규제 완화 등이 최근 위안화 강세를 지지했으나 이날엔 봉쇄 해제 기대감이 일부 희석되며 달러·위안 환율이 6.7위안대에서 소폭 상승했다.

환율은 2분기말까지는 우하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말께 환율은 1220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며 “경상수지는 4월 배당 역송금에 적자로 가지만 5~6월엔 2000년 이후 흑자가 늘어나는 계절성을 보여왔고 3월 에너지 수입금액이 고점을 통과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4월엔 원유도입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물가는 전월비 1.0% 상승했지만 수입물가는 0.9% 외려 하락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교역조건 개선에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긴축 선호) 반응이 충분히 나온 상황에서 ECB가 매파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환율은 1290원이 상단이 될 것”이라며 “순간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환율이 오버슈팅하더라도 1300원은 넘지 않을 것이고 환율은 2분기말 119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환율 전망은 엇갈려

다만 하반기에는 환율 전망 흐름이 엇갈린다. 환율이 상반기보다 낮아지며 하향 안정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오히려 더 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만 나홀로 잘 나갈 것이냐, 중국의 봉쇄 조치가 얼마나 연장될 것이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렸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미 긴축,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1200원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혁 연구원도 “미국이 다른 나라 대비 성장 우위를 보이면서 달러 하방 지지력에 환율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과 유럽 간 통화정책 차이가 줄어 달러 강세는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아민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경기, 통화정책이 환율의 큰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가가 오르고 고용이 좋아 유럽, 일본, 중국 등과는 차별화되면서 달러인덱스가 106~107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달러 강세보다 중국이 10월 당대회까지는 봉쇄조치를 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를 더 크게 우려해 환율 상단을 13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4분기께 환율이 상단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중 내내 환율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한 달 이내에는 1290원을 재돌파할 가능성이 낮지만 떨어져 봤자 1250원일 것”이라며 “중국 코로나 확산세, 유가 급등 우려 등을 고려하면 연중 내내 1250~130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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