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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치안감 인사 번복사태, 누가 거짓말을 하나

정두리 기자I 2022.06.22 18:06:49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으로 여러 소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추진 속 벌어진 이같은 해프닝은 행정안전부가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란 의혹에 가장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1일 밤 발생한 이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행안부·경찰청 삼자 간 모두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건 이러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모르쇠다. 그저 행안부 장관이 제청한 대로 번복된 인사안에만 결재했다며, 세부 사실에 대해선 행안부나 경찰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뒤로 빠졌다. 다만 “인사안을 통해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란 점을 강조했다.

당사자격인 행안부, 경찰은 사건도 하루 지났지만 설득력있는 해명 아닌 서로 다른 말을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경찰이 공지한 것”이라며 경찰청의 대처가 ‘희한했다’고 표현했다. 경찰청은 행안부 담당자가 최종안을 잘못 보냈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국가기관 삼자 간에 ‘크로스체크’가 미흡했다는 석연찮은 해명만 남길 뿐이었다.

하지만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행안부에 경찰 지휘·인사·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이 같은 초유의 인사 번복이 벌어진 터라 의구심은 증폭된다. 특히 처음 발표된 잘못된 인사는 대통령실 결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최고인사권자가 서명을 해야 승인이 나는 인사안이 ‘잘못’ 발표된 후 2시간 동안 정정되지 않았단 점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경찰청에선 22일 이번 인사에 대해 외압은 없었으며, 내부 의견은 충분히 개진됐다고 진땀 해명을 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경찰 조직에 개입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터져나온다.

이번 치안감 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사고는 보안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를 무한 견제하는 불신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새겨들음직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이 새겨들어야 할 건 국민이 바라는 경찰 통제 강화 방안일 것이다.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이 국민이 바라는 바인지 확인하려면, 먼저 국민 목소리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그랬다면 권고안 발표 당일 ‘인사 해프닝’이 빚어졌어도 이렇게까지 의혹이 난무하진 않았을 것이다. 누가 거짓말하는지 찾는, 소모적인 진실공방도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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