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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계의 유튜브될 것”…AR글래스서 콘텐츠 '직접' 만들어요

김정유 기자I 2022.10.13 17:38:02

더블미 김희관 대표 인터뷰
현실세계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월드’ 승부수
AR글래스내 3D콘텐츠 직접 제작·공유 가능
국내외 관광지 등서 3D가이드 서비스 제공도
“메타버스계 유튜브 되고파”, 생태계 확장 꿈

사진=더블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증강현실(AR) 글래스를 쓰니 눈앞에 몽환적인 심해의 모습이 펼쳐졌다.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동굴 속을 지나가니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다닐 것만 같은 잠수함 한 척이 기자를 반겼다. 잠수함 앞에 다가서니 눈앞에 언어를 선택하는 버튼이 생겼고, 이를 누르니 조용한 목소리로 해당 공간을 설명해준다. 동시에 향긋한 향기도 코끝을 감싼다.

조금 더 걸어가니 늪지대가 나온다. 발을 옮길 때마다 움푹 패이는 느낌이 든다. 시각과 후각, 그리고 촉감까지 오감을 자극한다. 뒤를 돌아보니 각양각색의 해파리들과 거대한 고래들이 하늘을 뛰논다. “우어엉.” 고래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나도 모를 힐링을 느낀다. 이곳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 24 소재의 건물 지하. 메타버스 전문 기업 더블미가 구축한 확장현실(XR) 전시회 ‘더 케이브’(The Cave) 현장이다.

12일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관(사진) 더블미 대표는 “XR 기기를 쓰고 주변을 보면 내가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언제든 만들고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기술의 핵심”이라며 “‘더 케이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더블미의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월드’를 통해 만들어지고 배치된 것으로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더블미의 메타버스 플랫폼 ‘트윈월드’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내 입맛대로 만들고 있다. (사진=더블미)
더블미는 2014년 미국 산호세에서 설립된 창업 9년차 벤처기업이다. 대표 서비스는 ‘트윈월드’로 현실의 물리적 세계에 XR이 더해진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자면 AR글래스를 쓰면 현실 공간 위에 3D 홀로그램 이미지가 덧입혀지는데, ‘트윈월드’는 이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3D 콘텐츠를 직접 만들거나 가공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전의 AR·VR 서비스들이 만들어진 콘텐츠를 그대로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트윈월드’는 사용자가 직접 본인이 즐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 더블미는 현재 해외 각국에서 다양한 시도를 전개 중이다. 유럽내 유명 관광지 등에 AR글래스와 ‘트윈월드’ 플랫폼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3D 가이드를 제공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실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명 쇼핑몰 웨스트필드에 수족관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난해 7월 구축했다”며 “국내에서도 서울시와 협력해 장충체육관에 ‘트윈월드’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콘텐츠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윈월드’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볼류메트릭(공간 전체를 3D모델로 캡쳐하는 기술) 비디오 캡쳐를 활용한 홀로포트(Holoport) 기술이다. 김 대표는 “3D 카메라 1대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고화질 3D 모델을 바로 뽑아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지금은 클라우드를 이용해 해당 3D 모델을 전송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며 “‘트윈월드’ 안에서면 이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이 기술을 통해 글로벌 16개 이동통신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실세계 메타버스 공간에서 외부 참여자(오른쪽 상단 사진)와 실물크기 3D 아바타로 다양한 활동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모습. (사진=더블미)
김 대표는 ‘트윈월드’를 통해 메타버스계의 ‘유튜브’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무료로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는데 많은 사용자들이 이곳에서 XR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거대한 장을 만들고 싶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한 기술 납품보다는 유튜브처럼 내부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공유되는 플랫폼 방식이 더 큰 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론 ‘트윈월드’내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 파는 구조도 구상 중이다. 김 대표는 “향후엔 ‘트윈월드’ 사용자들 중에선 콘텐츠를 파는 사람들도 있을거다. 이 과정에서 우리 플랫폼내에서 역동적인 콘텐츠 거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궁극적으로 ‘트윈월드’ 가입자가 100만명 이상이 돼야 플랫폼 자체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최근 다양한 서드파티 업체들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국내외에서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가 최근 서울 청계천 인근 건물 지하에 약 90평 규모의 메타버스 전시회 ‘더 케이브’ 운영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와 ‘트윈월드’ 자체를 보다 소비자 친화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김 대표의 의도다.

김 대표는 “올 들어 한국을 중심으로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는데, 앞으로 국내외 서드파티 업체들을 적극 발굴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에 노력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 지금까지 기술 플랫폼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었는데, ‘트윈월드’로 우리 만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더블미가 진행한 홀로그램 전시. 홀로그램화 된 수녀님을 붙잡으면 해당 공간을 함께 걸어다니면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식이다. (사진=더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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