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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 늪 빠진 中]장기집권 야망이 만든 공동빈곤 공포

신정은 기자I 2021.09.09 18:56:58

시진핑 "같이 잘 살자" 외친 속내는
27년 집권 마오쩌둥 공부론 닮은꼴
산업·교육·엔터 전방위 규제·단속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제2의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는 것일까.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명분 삼아 시작된 반(反)시장 규제들이 경제와 사회 전반을 옥죄며 중국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공동부유는 1949년부터 1976년까지 27년 장기집권을 했던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과 닮았다. 마오쩌둥이 ‘모두가 잘살자’며 당시 절대 빈곤층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시진핑은 소득 분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마오의 공부론이 그랬듯이 시 주석의 공동부유는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 다지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헌과 당장 개정 등을 통해 10년마다 국가주석을 교체해왔던 연임 규정을 이미 철폐했다. 시진핑은 사실상 3연임을 통한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상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마오쩌둥과 닮은 공동부유…시진핑, 장기집권의 꿈

시 주석의 최근 행보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쩌둥이 추진했던 문화대혁명 당시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 많다.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당국에 반하는 출판물을 제한하고 지식인들의 비판 목소리를 막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소셜미디어(SNS)와 언론 매체, 예술 작품은 물론 연예인들에게도 ‘시진핑 신사상’을 강요하며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미국의 압박 맞서 중국을 지키고 있다며 영웅화하기 일색이고, 국민들은 애국주의에 푹 빠져 시 주석의 통치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은 현재 외부적으론 미국 등 서방국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홍콩, 신장위구르, 대만 등 영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실패한다면 민심을 잃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위기감도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을 압박해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지원하면 빈부격차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동부유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집권을 시작한 2012년부터 나온 개념이다. 다만 그때는 많은 현안 중 하나로만 여겨졌다. 이후 시 주석은 두번째 임기를 앞둔 2016년에도 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모두 65차례 공동 부유를 언급했다. 지난해 30회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 주석은 내년 가을 공산당 당대회에서 세 번째 집권에 도전한다.

중국은 3차례에 걸친 분배를 통해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계층별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로 진행된다. 3차 분배는 사실상 기업들을 압박해 이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을 포함한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도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타격 우려…공동빈곤 될 수도

문제는 중국이 공동부유를 본격화하는 시기가 적절했는지다. 두자릿수 고속성장을 해오던 중국 경제는 이미 중속성장으로 접어들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 속도가 더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해외 수요의 위축분 운송 차질, 중국의 소비 둔화를 야기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냉각, 수출 둔화, 탄소배출 감축 캠페인 등으로 올해 하반기 성장 둔화가 매우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 규제는 경제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제프리 핼리 오안다 아시아태평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특히 기술 및 교육 분야에서의 단속은 기업의 고용 문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광범위한 단속에 대한 우려 속에 소비자들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리스크 속에서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나둘 낮추기 시작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7%에서 8.2%로 0.5%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8.4%에서 8.1%로 낮춘 바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부유가 함께 잘 사는 길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모두 못 사는 사회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 경제학자인 장웨이잉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학술기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국의 잦은 개입으로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이 될 수 있다”며 시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후 학계에서 시 주석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사례에서 큰 파문을 낳았다.

중국 인민은행의 전직 고문인 리다오쿠이는 “공동부유가 마오 시대의 대약진운동처럼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며 “모든 인민의 소득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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