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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팔라진 '전세의 월세전환'…서민 허리 휜다

정수영 기자I 2021.01.06 15:10:15

전월세 계약 2년에서 4년으로 길어지니
11월 거래량은 한달 만에 13.9% 줄었지만
전센느 26.4% 줄고, 월세는 16.7% 늘고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가 줄고, 준전세가 늘어나는 등 월세 전환이 지속되고 있다. 전월세 전체 거래량은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직후인 8월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월세는 11월 오히려 증가해 눈길을 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이데일리 DB]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1190건으로 전월(1만3003건) 대비 13.9% 줄었다. 12월에도 8078건에 불과하지만 아직 신고기간(60일)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고 있다.

11월 기준으로 임대차 유형별로 보면 전세는 9217건에서 6784건으로 26.4% 줄었다. 반면 월세는 3775건에서 4406건으로 16.7% 늘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월 29.0%에서 11월 39.4%로 10.4%포인트 늘었다. 전세매물 부족과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전월세 계약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세 중에서도 준전세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준전세 계약은 2539건으로, 전월(1698건) 대비 49.5% 증가하며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거래로 전세의 월세전환의 과도기적 형태다. 최근 집주인 우위의 임대차 시장 상황에서 저금리 여파, 보유세 인상분을 반영해 월세를 높이는 ‘조세 전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준전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0.60%로 월세(0.10%), 준월세(0.19%)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다.

세입자도 보증금을 급격하게 올리는 대신 월세를 부담함으로서 리스크 회피 목적에 준전세 계약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전셋값 급등세가 향후 2년 뒤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로 전환될 소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전세의 종말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매물 품귀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전세 계약이 가능해지고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월이 갈수록 전세는 사라질 운명”이라면서 “당장은 전세에 월세를 일부 섞는 준전세가 유행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월세로 바뀔 것 같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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