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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이날 면담 직전 잡혀 있던 금감원 정례 임원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할 원장이 부재해서다. 이처럼 김 전 원장 낙마로 금감원 업무가 차질을 빚으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달 새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2명이나 옷 벗는 초유의 일을 겪은 금감원 직원도 허탈함과 혼란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개인 페이지에 남긴 글을 통해 “짧은 재임 기간이지만 진행했던 업무의 몇 가지 결과는 머지않은 시간에 국민들께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금감원 실무진도 당장은 김 전 원장이 취임 후 지시한 업무를 계속 챙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 채용 비리를 검사하고 있다. 검사 담당자는 “일단 검사에 착수했으므로 누가 지시했는지와 무관하게 비리가 실제 있었는지 역량이 닿는 만큼 최대한 보려 한다”며 “검사 기간도 애초 이번주까지에서 당연히 연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 지시 사항이었던 ‘경영 혁신 태스크포스(TF)’도 해체 없이 가동 중이다. TF 관계자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 개선 등 내부 혁신의 경우 이전 최흥식 원장도 의욕이 많았던 분야”라며 “김 전 원장이 힘을 보태긴 했지만, 원래부터 추진하던 것인 만큼 운영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김 전 원장이 “대부 업체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던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영업 역시 규제 및 감독 강화라는 큰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으리라고 실무자들은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 문제는 국회나 언론에서도 자주 지적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도 강조하는 것이어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지속해서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장 부재는 당분간 금감원 위상 및 감독 동력 약화, 조직의 운영 방향 혼란 등을 불가피하게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책에 오너십(주인의식)을 갖고 조직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업무 대부분은 원장이 의사 결정을 한다”며 “원장이 없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는 없고, 이미 첫발을 뗀 것만 원장 대행 체제 아래서 계속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