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내 딸 성폭행한 36살 남성, '12살인 줄 몰랐다'는 말에 무죄"

박지혜 기자I 2024.01.08 23:27:2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36살 남자가 12살 제 딸을 성폭행했는데 무죄라고 합니다”

지난 5일 온라인을 통해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한 어머니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5월 28일 일어났다.

A씨가 혼자 키우는 딸은 당시 산책 갔다 오겠다며 밤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딸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를 홀딱 맞고 들어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가 계속해서 추궁하자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나서 놀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30대 남성을 만났다고 털어놨다고.

A씨의 딸이 “14살인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으나 이 남성은 “괜찮다”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남성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A씨 딸을 차에 태운 뒤 외진 길로 향했고, 딸은 두려움을 느껴 도망갈까 생각했지만 해코지를 당할까 봐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A씨는 8일 JTBC 사건반장에 “(남성이) 아이를 데리고 올라갔고, (가서) 보니까 침대가 있어서 무인텔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오려고 아이가 ‘집에 가야겠다, 엄마가 계속 연락이 온다, 집에 간다’고 하니까 그때부터 계속 몸으로 약간 밀치고 그런 게 있었다고 한다. 저희 아이도 덩치가 있고 키가 크니까 수갑을 채운 거다”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남성은 딸을 성폭행한 뒤 차로 데려다 줬고, 딸이 진술에 부담을 느끼고 보복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3일 만에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결국 지난해 6월 구속된 남성은 “아이를 만난 건 맞는데 성추행한 적도, 성폭행한 적도 없다”며 “13살 이하인지도 몰랐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 12세였던 점을 감안해 가해 남성에게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죄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주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14살이라고 말했고 키도 158㎝로 성인 여성 평균 체격”이라며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었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아이 또래 중에서도 키 큰 아이들이 있다. 또 성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성숙한 얼굴은 절대 아니고 당시에도 화장기 없는 애들 얼굴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불안증을 견디다 못해 거듭 자해를 하던 아이가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며 “한부모 가정에, 양육비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제가 정신을 차리고 일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외제차를 몰며 ‘N번방’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성문 변호사는 사건반장에서 “성범죄는 제일 중요한 게 진술과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진술만 있는 경우엔 신빙성을 인정할 만한 게 있어야 한다”며 “재판부는 진술도 좀 흔들리고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성폭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정액 반응이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성인용 기구들 중에 피해자가 언급하지 않은 1개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을 뿐, 다른 기구에선 검출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범행 후 비를 맞으며 집에 갔고 집에 도착 후 샤워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의 의복이나 신체에 원래 존재하고 있던 피고인의 DNA가 샤워로 인해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진다”면서도 “그런 가능성만으로 피고인의 행위를 추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예비적 공소 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합의 하에 이뤄진 관계라 하더라도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간음 추행하는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는 조항으로 2020년 5월 형법에 신설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