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롬니도 혀 내두른 트럼프 영향력…"결심 땐 대선후보"

이준기 기자I 2021.02.25 14:01:55

날로 커지는 트럼프의 영향력…숙적도 인정
反트럼프 Vs 親트럼프…당내 권력충돌 점화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트럼프가 2024년 (예정된 미국 차기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확실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거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 내 친(親) 도널드 트럼프 진영 인사의 언급이 아니다. 당내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인 ‘거물급’ 밋 롬니(유타주·사진) 상원의원의 전망이다. 내년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내 전통주의자들과 친 트럼프 진영 간 권력투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반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최근 탄핵위기에서 벗어나 정치재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트럼프의 위상을 매우 높이 평가한 셈이어서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 외신에 따르면 롬니 의원은 이날 한 행사에서 “트럼프는 단연코 우리 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가 계속해서 (당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2024년 대선 때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트럼프가 출마를 결심하면 당에서 확실히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 공화당 잠재 후보군에 트럼프를 끼워 넣으면 “트럼프가 압승하는 것으로 나온다”고도 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롬니 의원의 발언이 주목받는 건 그가 줄곧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말 그대로 ‘숙적’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달 초 ‘의회 난입사태’에 따른 두 차례의 미 상원 트럼프 탄핵심판에서 모두 ‘유죄’ 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은 롬니가 유일무이하다.

그만큼 퇴임 이후에도 트럼프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3 대선에서의 7500만표 가까운 득표, 최근 여론조사에서 증명된 당내 광범위한 지지세 등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당장 오는 2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보수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을 시작으로 정치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배경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오랜 고문을 인용해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공화당 장악력을 과시하며 “내가 사실상 2024년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위상이 높아질수록 당내 권력 다툼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 하원 공화당 권력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총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CPAC 연설 계획과 관련, 결정은 주최 측이 하는 거지만 “트럼프에 대한 내 견해를 분명히 해왔다. (의회난입 사태가 벌어진) 1월6일 이후 그가 당이나 국가의 미래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동석한 친 트럼프 인사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트럼프가 CPAC 행사 연설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트럼프를 감쌌다. 매카시 대표는 체니 의장의 트럼프 비판 발언 직후 회견장을 일찍 떠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은 트럼프 충성파와 전통 보수파 간 권력 투쟁 중”(블룸버그통신) “공화당 하원 지도부 간 어색한 모습은 분열적 미래를 보여준다”(워싱턴포스트)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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