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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6월 12일 오후 5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측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덧붙였다.
우리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여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나갈 예정이다.
전날(11일)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측에 이 여사의 부음을 전달하면서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할지데 관심이 쏠렸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면서 남북관계 역시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여사 서거와 관련한 북측의 태도가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한 인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조문단을 파견한 전례가 있다”면서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낸다면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조의문 전달에만 그친 것은 하노이 회담 이후 상황 변화가 없는 국면에서 조문단 파견을 통한 전격적인 분위기 전환에 부담을 느껴서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실세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직접 조의문을 전달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데 문재인 대통령(북유럽 순방)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아랍에미리트 방문) 등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여사는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북한을 방문해 상주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애도를 표했다. 당시 북측은 외국 조문사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여사만의 조문은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은 바로 다음 날 서거를 애도하는 조전을 조선중앙통신으로 내보냈고 조문단 파견을 타진해 서거 3일 뒤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아태 실장 원동연, 아태 참사 리현·맹경일, 국방위 기술일꾼 김은주 등 6명의 조문단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