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發 M&A 선 그은 정재준 대표, “인수합병 생각없어, 조 단위 기술수출 자신”

송영두 기자I 2022.06.21 16:11:03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 인터뷰
아리바이오 기업가치는 1.5조, M&A 생각없어
AR-1001 올해 미국 임상 3상 본격화
12개국 21개 기업과 기술수출 논의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가 대기업에 의한 인수합병(M&A)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와의 M&A 소문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인 치매치료제 기술이전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 발전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사진=아리바이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핵심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통한 기업가치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리바이오는 다중기전으로 주목받는 치매치료제 ‘AR-1001’을 개발 중이다. 정 대표는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1985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생리생화학)를 취득한 후 영국 정부와 케임브리지 대학 바이오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영국에서 신약개발 컨설팅 기업 EU 바이오텍을 설립해 SK바이오팜 기면증 치료제 기술이전을 성공시켰다. 2010년에는 아리바이오를 설립해 치매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리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결합 신약개발플랫폼 ‘ARIDD’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 물질들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등 기존 치매치료제가 아밀로이드 등 단일 타깃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AR-1001은 신경세포 회복에 목적을 둔 다중기전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임상 3상에 독자적으로 나서면서 바이오 사업에 나선 대기업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아리바이오를 인수하기 위해 300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정 대표는 기업 자체가 인수합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저쪽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판단했는지 모르겠지만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아리바이오 기업가치가 1조5000억원이다. 3000억원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기업에 M&A되는 것이 아니라 후반기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기술이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AR-1001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개발 초기부터 임상 3상에 진입한 뒤 가치를 높여 기술이전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리바이오를 설립하기 전부터 가장 많이 했던 일이 신약개발로 기술이전 하는 것이었다.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것이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해간 후 보통 2년 정도 검토 및 새로운 전략 수립을 하면서 개발이 지연된다”며 “이 때문에 임상 3상에 진입하고, 임상을 개시한 다음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아리바이오가 세운 전략이었다. 현재 12개국 21개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AR-1001은 임상 2상에서 인지능력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에서 무작위 위약 대조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된 임상 2상은 6개월 동안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AR-1001’ 10㎎ 또는 30㎎을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ADAS-Cog13’(알츠하이머 진행 측정 13가지 항목)이 4.5정도 좋아졌는데,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치매 신약 및 출시된 약물 중 가장 좋은 수치라는 게 정 대표 설명이다.

AR-1001 임상 2상을 진두지휘한 데이빗 그릴리 워싱턴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의 존재도 글로벌 기업들이 아리바이오를 주목하는 이유다. 그릴리 교수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임상 연구 전 과정에 참여했고,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릴리 교수는 AR-1001 임상 3상도 주도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그릴리 교수는 워싱턴 쪽에서 소개를 해 줘 만나게 됐다. 바이오젠과 일라이 릴리, 에자이의 치매치료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라며 “워싱턴에서 맡고있는 환자 수만 약 500여명에 달한다. AR-1001 임상 3상 환자모집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고, 3상 개발에 기대가 크다. 올해 연말까지는 무조건 첫 번째 환자 투약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3상 진입 후 기술수출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R-1001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 현재 해외 기업들과 논의 중인 기술이전이 좀 더 구체화 될 것”이라며 “그 규모는 3상인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약금만 약 3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일스톤 등을 포함한 총 기술이전 규모는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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