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암호화폐 긴급대책 기본권 침해 아냐 …5대4로 헌재 '각하'

김국배 기자I 2021.11.25 17:21:01

"재산권 침해됐다"며 헌법소원
헌재 "공권력 행사 아냐"
반대의견 4명 "금융위 조치 기본권 침해"
업계 "실망스럽다" 반응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2017년말 암호화폐 투자 광풍을 진정시킨다며 내놓은 정부의 긴급 대책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심판 청구가 부적합한 경우 내리는 결정이다.

헌재는 31일 정희찬 변호사(안국 법률사무소) 등 청구인들이 “정부의 조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며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명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심판정 들어서는 헌재 소장과 재판관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 과열을 막겠다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두 차례에 걸쳐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등 긴급 대책 수립을 논의했다. 같은달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던 은행들에 신규 제공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명 거래를 위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시스템(실명 확인 가상계좌)’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소속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회사가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자금세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청구인들은 “금융위가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거래소에 신규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면서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으며, 암호화폐 교환가치가 떨어져 재산권, 행복추구건,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금융위원회의 이런 조치들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심판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담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감시·감독 체계와 실명 확인 가상계좌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자발적 호응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이라며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가상계좌 신규 제공 중단 조치를) 단지 시중은행들의 자발적 순응에 기대는 가이드라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순한 행정 지도를 넘어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밝혔다.

또 금융위의 조치가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들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한 중요 사항의 정책 형성 기능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로 구성된 입법부가 수행해야지 행정부·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실명계좌 발급은 금융위의 창구 지도에 의해 전적으로 규제를 받았기 때문에 과도한 공권력이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 요건을 제대로 검토했는지에 대해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재청구 여부에 대해서 정 변호사는 “결정문 내용을 분석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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