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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이날 북한 소형 목선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목선에 탄 선원들은 애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지난 9일 함경북도 한 지역에서 출항했다. 10일 NLL 인근까지 접근해 11~12일 위장 조업을 했다. 12일 오후 9시경 NLL을 넘어 남하한 이후 13일 오전 6시경에는 울릉도 동북쪽 약 30 노티컬마일(약 54㎞) 해상까지 왔다. 엔진을 정지하고 대기하다 이날 오후 8시께 기상악화로 해상에 표류했다. 이후 육지를 향해 항해를 재개해 14일 오후 9시께 삼척 동쪽 2~3 노티컬마일(1.8~3.6㎞)까지 와서 또 엔진을 껐다. 대기 후 15일 일출 직후 삼척항으로 다시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20분경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접안했다. 당시 목선은 28 마력의 엔진으로 기동해 부두에 다다랐다.
우리 군·경의 제지 없이 삼척항에 도착한 해당 목선은 15일 오전 6시 50분경 산책을 나온 지역 주민에 의해 112 신고로 알려졌다. 동해해양경찰청 소속 경비정이 이를 동해항으로 예인했다. 군 관계자는 “신고자가 삼척항에서 차림새가 특이한 4명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 질문했는데, 이들은 북한에서 왔다며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할 수 있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인원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한 것으로 1차 진술했다”면서 “당시 착용하고 있던 복장과 관계 없이 4명 모두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다”고 말했다. 선원 2명은 인민복과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해상판 ‘노크귀순’·‘대기귀순’…‘정박귀순’ 말까지
경계 실패와 이후 군·경 및 정부의 대응 미흡으로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2012년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아무런 제지 없이 강원 고성 지역 철책을 넘어 우리 군 GOP까지 와서 문을 두드려 귀순한바 있다. 2014년에는 북한군 귀순자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새길 기다렸다가 남쪽으로 넘어온 사건도 있었다. 이번 사건이 이들 ‘노크 귀순’과 ‘대기 귀순’의 ‘해상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부두에 접안해 우리 당국을 기다렸으니 ‘정박귀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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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당시 군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고 해상 감시의 어려움만 설명한건, 군의 경계 실패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군은 해안감시레이더에 북한 소형 목선으로 추정되는 희미한 점이 있었지만 파도의 반사 신호로 판단했다. 또 IVS(지능형 영상 감시 시스템)에는 15일 오전 6시 15분경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소형 목선을 약 1초간 2회 포착했지만 군은 이를 우리 어선으로 판단했다. 신고를 받고 군에 상황을 전파한 해경의 CCTV에도 이같은 내용이 있었지만, 해경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 통일부는 해당 목선을 선장 동의 하에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해군 동해 1함대사령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