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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와 다른 언어, 문재인·안철수 결별 초래

선상원 기자I 2016.01.06 16:22:55

이종걸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마음 정하면 안 변해
유연성·정치력 부족… 총선 때 후보단일화도 어려울 듯
부산 개혁파 자부심이 문 대표 행보와 거취 문제에 영향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와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여의도랑 언어가 다른 것 같다며 두 사람의 결별에 이러한 특성이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재작년 7·30 재보궐선거 때 천정배 의원을 광주 광산을에 보내는 것을 다들 김한길 전 대표가 반대한 줄 아는데 사실 그때 안철수 전 대표가 엄청 반대했다. 그때 새누리당은 다 신인으로 공천하는데 우리 당은 과거 인물만 공천하니까 천 의원이 표적이 됐다. 그래서 안 전 대표가 천 의원 공천을 반대한 거다. 김 전 대표가 엄청 설득했지만 안 전 대표가 여의도 언어를 이해 못한 것 같더라. 기본적으로 안철수 의원 언어가 여의도 언어가 아니어서 혼란이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탈당한 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천 의원은 견제구를 날리며 호남권 탈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면 호남여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DJ를 발굴해 야권을 재편하고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며 신당을 창당중인 천 의원 입장에서 주도권이 안 의원에게 넘어가는 것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지만, 이 원내대표 언급으로 미루어 볼 때 개인적인 감정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안 의원은 한번 마음을 정하면 나중에 아무리 설득해도 미동도 하지 않더라. 요즈음 문 대표가 전혀 변하지 않는 것 보면 안철수 리더십도 문재인 리더십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유연성과 정치력이 없는 것을 힐난했다. 당 내홍 사태 해결을 위한 지도체제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한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역으로 혁신전당대회를 내놓자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안 의원은 재차 전당대회 수용을 촉구했지만 문 대표가 물러서지 않자 당을 탈당했다. 자신들이 제안한 대안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신당을 창당중인 안 의원이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이나 연대가 없다고 한 이상, 19대 총선처럼 후보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자기가 한 말 그대로 하려는 습성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러나 선거연대 없다는 것은 (여의도 문법)에서 보면 현 단계에서는 자연스럽다”며 선거연대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문 대표 리더십의 역사적 근원까지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와 만났는데 생각이 변한 것이 없더라. 문 대표도 그렇고 조경태 의원도 그렇고 부산 마이너리티들이 고집이 대단하다. 신흥무관학교 주축도 양산농조 출신들이었다. 박헌영도 거기 출신이다. 부산 개혁파가 여의도랑 언어가 다른 것 같다. 과연 부산 개혁파가 여의도 바꿀 힘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표는 안 의원 탈당 후 비주류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혁신하고 단합해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당내 수도권 의원들과 중진들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공감하고 선대위에 공천과 선거 관련 전권을 부여하고 문 대표는 일상 당무만 맡는 것으로 2선 후퇴를 요구하자, 선대위 구성을 수용하면서도 그 전제조건으로 혁신공천 담보를 제시했다. 현재 문 대표는 거취 문제는 자신이 결단할 문제라며 새 인물 영입과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얼굴’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민주화운동 주도권이 호남으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부산 민주화운동 세력의 일원으로 살아왔던 자존심, 자부심이 알게 모르게 정치인 문 대표의 생각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가 한 평생 살아왔던 부산은 1979년말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했고 박 정권이 무너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반적인 여의도 정치 흐름이나 판단, 언어는 이랬을 것이다. (문 대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판단을 좀 달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후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자신을 흔들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물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의원들로부터 정치적 재신임을 얻어 고비를 넘겼지만 이후에도 거취를 압박하는 비주류 의원들의 흔들기는 끊이지 않았다. 김한길 의원과 안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도 7·30 재보선에서 여당에 완패하자 바로 물러났다.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이 무소속 박원순 시장에게 패배하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문 대표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전직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문 대표가 ‘여의도 정치’를 하면서도 ‘여의도식 정치’를 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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