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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본 수입액은 2018년 7월(2.8%)을 마지막으로 전년동월대비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지난달 17개월만에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3월 잠정치까지 감안한 세부 품목별 현황을 보면 전자기기·TV·VTR의 경우 3월 수입액이 약 8억1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6.7% 증가하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일본 불매 운동으로 급감했던 맥주나 자동차 등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일본 맥주는 한·일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6월만 해도 한달에 790만달러어치를 수입하던 인기 품목이지만 지난해 9월 수입액 6000달러에 그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서는 1월 12만6000달러, 2월 26만4000달러, 3월 64만8000달러로 3개월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액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87%나 감소한 수준이지만 1월 감소폭(-98%)에 비교하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다.
승용차 수입액도 1월 2129만80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69.8% 줄었지만 2월(8454만9000달러), 3월(7288만7000달러)로 3~4배 가량 늘었다. 3월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1406대)은 전년동월대비 67.8% 감소해 여전히 부진하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자동차 판매가 이뤄지면서 수입액은 다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르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비디오게임 등 소비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완구·운동용구 수입액은 1~3월 1억2924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오히려 15.1% 증가했다. 실제 지난달 발매한 닌텐도의 스위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 타이틀은 물론 게임기도 품귀 현상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매 운동이 무색하게 일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아직까지 수입 제한 조치로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불매운동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교역의 정상화와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협상은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기본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 같은 사회적인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정상화하는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며 “산업은 산업대로 풀고 정치·외교적인 문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