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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인 이정우(35)씨는 수박을 좋아하지만 여름철 집에서 수박을 먹기가 어려웠다. 고향을 떠나 혼자 서울에서 자취하는 탓에 수박 한 통을 사다가 놓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부 마트나 슈퍼에서 수박을 반통이나 4분의 1크기로 잘라놓고 랩에 씌워 팔았지만 구매하기가 꺼림직했다.
그러나 올 여름에는 부담없이 수박을 사먹고 있다. 이마트에서 지난 5월 출시한 ‘나혼자 수박’ 덕분이다. 8~9kg 정도 크기의 수박을 16등분한 ‘나혼자 수박’은 3000원대 후반으로 용량에 비해 가격은 비싼 편이다. 이씨는 “투명 플라스틱 전용 용기에 담아 장바구니에 넣기도 편하고 작은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용이해 자주 애용하게 됐다”며 “단순히 소량으로 포장하기보다 1인 가구의 특성을 감안한 제품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나혼자 수박’을 위해 수박에서 흘러나온 과즙을 아래로 빠질 수 있게 고안한 나룻배 모양의 용기를 별도로 개발했다. 덕분에 기존의 랩으로 포장해 팔던 조각수박과 달리 수박 과육의 무름을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마트의 ‘나홀자 수박’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약 4만개 이상 팔려나가며 히트상품이 됐다. 기존의 조각수박에 비해 매출이 4배나 증가했다. ‘나혼자 수박’의 성공에는 이처럼 ‘맞춤 포장’이 주효했다. 이마트는 ‘나혼자 수박’ 외에도 기존의 250g짜리 1~2인용 포장 회의 용기를 개선하고 양을 줄인 1인분 포장 회를 6월 하순에 선보였고 1주일만에 1억 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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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나혼자 수박’이나 ‘보틀라이스’처럼 기존의 같은 식품에 적용했던 포장과 달리 맞춤 포장으로 출시한 제품이 결국 1인 가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식품이라 할지라도 포장에 따라 제품의 신선도와 매출이 좌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선 일본의 경우 이미 다양한 형태로 맞춤 포장한 1인 식품이 편의점과 마트 등의 식품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단순히 양을 기준으로 1인 상품을 구성한다고 해서 1인 가구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어렵다”며 “특히 과일이나 야채, 곡류 등 신선식품은 갈수록 포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패키징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