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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캐피털사, 특히 금융계 캐피털사가 A~AA등급 신용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볼 때 신평사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종금·리스사처럼 당장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니지만 캐피털업계는 이점을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전교에서 중간 정도 하려면 중간 수준만큼만 공부하면 되지만 남들 잘 때 다 자고 놀 때 다 놀면서 좋은 내신등급을 받기를 바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캐피털사들은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영업을 하지 않고 상환되는 돈으로 차입금을 갚겠다고 하는데 이는 글로벌 신평사 무디스 기준에서 보더라도 B등급에 해당하는 요건”이라며 “현재 캐피털사들이 차입금을 상환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아니라 AA급 금융회사에 맞게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피털사의 최근 영업실적은 나쁘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73개 여전사(신용카드사 제외)의 당기순이익은 95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캐피털사들은 신용도를 긍정적으로 봐주기를 바라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이런 실적 상승의 원인이 캐피털사 고유의 업무 덕분이 아니라 사상 최저 금리라는 외부 환경에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 영역에선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신용카드사와 경쟁해야 할 상황이고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지금과 같은 실적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
권 실장은 국내 캐피털사 중 유동성관리정책을 가장 잘하고 있는 곳으로 현대캐피탈을 꼽았다. 그는 “현대캐피탈은 총자산 10조원에 이르렀던 때부터 해외로 자금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등 유동성 관리 노력을 해 왔다”며 “금융계 캐피털사들은 경쟁력은 있지만 빠른 자산 증가 속도에 맞는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털사들이 지금 수준보다 더 나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커미티드 크레디트 라인(Committed Credit line)을 구축하는 것이 시장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캐피털사가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 단순여신한도약정잔액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빌려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만 일정한 수수료를 낸 만큼 유사시 필요한 자금을 확실하게 빌릴 수 있는 커미티드 크레디트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4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