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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정책성과 조급증?…부쩍 잦아진 洪부총리의 여론전

이명철 기자I 2021.08.02 16:20:39

올해 1월 8건 그쳤는데 6·7월 18건씩…이틀에 한건 이상
곳간지기 소신 이어 경제·부동산·백신 등 정책 적극 홍보
부동산 담화문 오히려 역풍 맞기도…“실질 성과 집중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통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틀에 한두 번 꼴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정부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정치권이나 언론 등 외부 지적에도 맞대응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재정비 촉진지구를 찾아 현장방문을 마친 뒤 재개발사업추진위원단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 직접 외부와 소통하는 모습이지만 잇단 정책 실기에 따른 조급증이 드러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최근 부동산 담화문 발표에서 보듯 내실을 갖추지 않은 섣부른 대책이나 정책 홍보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신뢰도 낮아지니…적극적인 페북 소통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활동은 그동안 일반적인 정책 홍보나 경제 동향 분석 등에 국한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31개로 월 평균 5개 정도 수준에 그쳤다.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활동이 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9월로 한달에만 24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당시에는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 등 정부의 지출 확대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에 홍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경제 부총리 직강’ 9편을 잇따라 게시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촉구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1월 8건에서 5월 16건, 7~8월 각각 18건씩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에 많게는 3건씩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부동산 시장 등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2월 2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별·보편 지원 병행을 제시하자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정부를 두고 ‘기재부의 나라냐’는 비판이 몰아치자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 심정으로 걸어가겠다”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곳간지기로서 소신을 보이던 홍 부총리지만 3월 들어서는 경제 성과나 부동산 시장 안정 등 정책 홍보에 힘쓰는 모습이다.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부동산 등 정책 신뢰도가 추락하자 이를 수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부동산이나 국가채무, 세금 등 외부 지적에는 즉각 반응했다. 정부 전세 대책 중 하나인 호텔 리모델링이 비판을 받자 6월만 두 차례 글을 올리며 “좁은 호텔방에 3~4인 가족이 어떻게 사느냐, ‘호텔거지’라는 표현까지 등장해 몹시 속상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 시절이던 4월에는 백신 공급 지연 우려에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일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백신가뭄 등을 지적해 국민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이 대기업 감세라는 지적이 일자 즉각 “편향되고 이분법적인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수했다.

코로나19 장기화…경제 성과 갈증 컸다

꼼꼼한 일 처리가 특징인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직접 작성·수정하거나 실무진의 최종안을 상세히 살펴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행보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본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정부 뜻대로 정책이 보도가 되지 않자 직접 소통 창구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재정준칙 발표 때 ‘맹탕 준칙’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튿날 곧바로 추가 브리핑을 마련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올해 4월 부동산 정책 재검토를 두고 ‘당정 엇박자’ 보도가 나오자 “억장이 무너진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소통이 좋은 결과만 내진 않았다. 지난달 말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리 인상 조짐 등 경고음을 미리 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부동산 시장 담화문이 일례다.

담화문 발표 후 정부는 반성 없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최근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결여된 세제 개편 등 누더기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새롭지 않은 대책이 ‘긁어 부스럼’이 된 셈이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국가신용등급(AA-)을 유지한 것을 두고 홍 부총리가 “우리 경제의 차별적 성과”라며 자찬한 부분도 정부의 조급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가신용등급이란 현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척도가 아닌 한 국가의 채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상대적 지표인데도 경제 성과로 호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부총리가 이 같은 국가신용등급 의미를 모를 리 없겠지만 그만큼 경제 성과에 대한 갈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최장수 경제사령탑 타이틀에 재난지원금 등으로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정권 말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 같은 여론전에 치중하기보단 부동산 안정 등 기존 정책을 차질 없이 완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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