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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1.5% 인상 결정 최임위 공익위원 ‘유임’…노동계 '반발'(종합)

최정훈 기자I 2021.05.11 17:04:08

정부, 제12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5명 위촉
역대 최저 1.5% 인상 결정 공익위원 8명중 7명 ‘유임’
노동계 “허울뿐인 공익위원…독일·영국 코로나에도 최저임금 인상”
양대노총 이견 근로자위원은 기존대로…2차 회의 18일 예정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제12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위촉됐다.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익위원은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유임했다. 노동계는 지난해 1.5% 인상 등 최근 2년간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공익위원의 유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최저임금위, 역대 최저 1.5% 인상 결정 공익위원 8명 중 7명 ‘유임’

11일 정부는 제12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 25명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최임위 위원은 총 27명으로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위촉된 위원은 27명 중 오는 13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던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8명 등 25명이 대상이다. 이들의 임기는 3년으로 공익위원 1명과 근로자위원 1명은 임기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

이번 위원 위촉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박준식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였던 권순원 위원 등 공익위원 8명 중 7명의 유임이다. 이수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만 새롭게 공익위원으로 위촉됐다. 공익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다.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 위원이 각각 9명씩 동수여서 공익위원 9명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인상 폭이 달라지는 구조다.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사·공익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 고용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위촉해야 한다.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이 추천한 사람 중 제청하고, 사용자위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중기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단체 추천인 중에서 제청한다.

공익위원은 노동 분야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고위 공무원, 교수 등 고용노동부가 직접 선정해 제청한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2019년과 지난해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결정된 주도적인 역할을 공익위원이 했다며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공익위원의 유임은 올해도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하겠다는 신호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결정되고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1.5%로 최저임금 제도 도입 후 가장 낮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임위가 다음 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2.7%(1525원)로 결정한 게 역대 2번째였다. 2019년 결정된 지난해 최저임금도 전년 대비 2.87% 올라 역대 4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20일 열린 최임위 첫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하기 전에 정부에서 추천한 공익위원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에서 추천한 공익위원은 계속해서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줬다”며 “짜인 각본대로 근로자위원이 참여하는 것이지 실제로 근로자위원 목소리 제대로 검토된 적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허울뿐인 공익위원 행태 맞설 것”…18일 2차 회의 예정

이날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유임된 공익위원들이 작년과 재작년처럼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태와 결정을 보일 것 같아 깊은 우려가 앞선다”며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되는 600만 명에 달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중심에 놓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논의, 결정구조에 임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최저임금위원을 제청한 고용노동부에 분노한다”며 “코로나 19를 핑계로 새로울 것 없는 사용자측의 인상불가론에 맞서,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허울뿐인 공익위원들의 행태에 맞서, 노동자위원들은 전력을 다해 최저임금인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5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아시아 국가 중 1위라는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전경련은 이날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9.2%로, 일본, 중국,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18개국 중 가장 높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민주노총은 “독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록다운(봉쇄)을 경험했음에도 최저임금을 2년간 1.1유로(1483원) 인상해 2022년 10.45유로로 결정했다“며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마이너스 성장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대노총이 줄다리기 해온 근로자위원 수 문제는 정리됐다. 앞서 민주노총이 지난해 조합원 수 기준 제1노총이 되면서 5명의 근로자위원 추천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이던 그동안의 방식대로 변동 없이 인선됐다.

최임위는 지난달 20일 첫 전원회의를 연데 이어 오는 18일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앞서 위촉장이 전수될 예정이고, 공익위원 중 위원장을 선출하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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