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MBC 계약직에 “직장 괴롭힘 1호로 언론플레이” 일침

김소정 기자I 2019.07.17 15:44:29
손정은 MBC 아나운서 (사진=손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지난 5월 복직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이에 선배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이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2006년 MBC에 입사한 손 아나운서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제 너희가 직장 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 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다.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 했다.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갔다.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 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 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라며 “모두 정규직이 될 거라며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던 그 국장은, 요즘 매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도 물어보렴. 그때 왜 쓸데없는 희망을 주셨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하신거냐고”라며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 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라고 했다.

손 아나운서는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초인적인 덕성이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랐고 그 작은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너희가 남았다”라고 했다.

이어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이니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 플레이에 나섰더구나“라며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희의 고통을 직장 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전날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을 근거로 MBC를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이들은 MBC가 파업 중이던 2016~2017년에 입사했다. 하지만 2017년 말 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들은 지난해 계약이 만료됐다.

이들은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5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아나운서 7명은 MBC 상암동 본사로 출근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나운서실이 있는 9층이 아닌 12층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아나운서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주어진 업무도 없고 사내 전산망도 차단됐다고 한다.

아나운서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복직한 아나운서들이 회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별도 사무실에 격리하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고,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을 차단하는 등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대표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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