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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정상회담, 2500억달러 거래 속에서도 여전한 입장차

김인경 기자I 2017.11.09 16:11:43

트럼프 중국방문 기간 2500억달러 규모 경제계약 체결
북핵 셈법은 원론적 입장에 합의..취재진 질문 받지 않아
시진핑 "이견이 없는 것은 이상해..구동존이 필요"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9일 미중정상회담 이후 악수를 하고 있다.[AFPBB 제공]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 등 양국이 대립했던 문제에 대해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나가자고 합의했다. 또 양국의 교류를 위해 기업 교류를 대폭 확대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론적인 합의만 했을 뿐 미·중 간의 실질적인 거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00억달러 사업 거래 약속…선물 챙긴 美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열고 3시간 가량 의견을 교환했다. 이미 전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자금성에서 연회를 여는 등 ‘국빈 이상’의 황제대우를 한 만큼 양측의 회담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회담 직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역사적이고 성공적인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측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협력만이 중국과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우리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일치단결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특히 양측은 대규모 경제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이 맺은 게약 규모는 2500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한다. 이미 전날(8일) 왕양 부총리가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에너지·화공·농산품·비행기 부품·생명과학·스마트도시 건설·환경보호 등 모두 19개 항에서 82억달러(약 9조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한 바 있다

정상회담 당일에는 중국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시노펙은 이날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은행과 함께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4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이번 투자로 인해 미국에 1만2000개 일자리가 생기고 대중 무역적자가 해마다 100억 달러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인 샤오미·오포·비보 3곳은 미국 통신용 장비업체 퀄컴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 어치 반도체 칩을 구매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중국 항공기재집단공사(CAS)도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B737 기종 260대, B787과 B777 기종 40대로, 총 계약 규모는 370억 달러가 넘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아시아를 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기업에 자금을 유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자국 국민들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들과 교류를 확대해 대중 무역 적자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서로 윈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했지만…여전한 이견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교류는 약속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이견을 보이던 북핵 문제나 무역 불균형에서는 원론적인 합의를 하는데 그쳤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도 별다른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도쿄와 한국 서울에서 질문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실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취재진들의 질문을 피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양측은 무역 불균형과 북핵문제를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을 뿐 여전히 입장은 상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도록 대북 견제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면서 “모든 국가가 대북 대응 노력에 참여하고 금융 분야에서 대북 관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무모하고 위험한 길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늘려나가기로 했다”며 “책임있는 국가들 모두가 북한의 살인적인 정권을 무장시키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교역하는 일을 멈추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동의하는 가운데 제3자제재(세컨더리보이콧)이나 추가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개발이 함께 중단돼야 한다는 ‘쌍중단’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도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지키면서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은 정상회담 이전과 같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중국도 역할이 있고 나는 중국과 시진핑 주석이 이를 위해 행동을 취하기를 호소한다”면서 “만약 시 주석이 이 문제(북핵 문제)에 주력한다면 꼭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아닌 전임자들에 책임을 돌리면서도 중국에 대한 공세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방금 체결한 협정은 미국에 거대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더 많은 미국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진입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미국기업의 지적 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미·중 간의 경제무역협력이 빠르게 성장하며 무역 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 주석은 “미·중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통제 및 관리하는 데 있다”면서 “서로 주권과 영토, 사회제도를 존중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 및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베이징에서 베트남으로 이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 역시 같은 날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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