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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중단’ 조국 “무능이 탄핵 사유라면 좋은 나라? 말한 적 없다”

송혜수 기자I 2022.11.17 22:37:3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공개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무능이 탄핵의 사유라면 좋은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그렇게) 말한 바 없다”라고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해 진행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TV 캡처)
조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이 법고전산책이라는 책을 냈다는 소식에 기뻤다. 마음의 평온을 찾고, 학문적으로 기여할 길을 찾았으니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한 페친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미국에선 대통령의 무능도 탄핵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포스팅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 헌법이 같은 대통령제를 택한 미국 헌법을 참조했을 가능성이 큰데 우리와 달리 무능에 탄핵을 허용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무능의 기준이 모호하다. 어떤 게 무능이고 어떤 게 유능인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객관적 기준 없이 그런 식으로 상벌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물며 법조문도 아니고 헌법이 무능을 탄핵 사유로 허용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헌법을 찾아보았다. Article II, Section 4에 다음과 같이 탄핵 사유를 반역, 뇌물, 다른 중범죄와 경범죄로 한정해, 그것도 이런 범죄를 확신하는 경우에 탄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라며 “미국이 무능을 탄핵 사유로 지정했을 리도 없지만, 만일 그게 사실이라 해도 모호한 규정으로 국민의 분열을 부추길 게 뻔한 탄핵을 허용하는 게 미국 헌법이라면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게 진정한 법학자의 자세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사진=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불법과 무능을 미국에서 탄핵의 사유로 꼽은 이유는 헨리 데이빗 소로가 이 두 가지를 혁명권 행사의 사유라고 주장한 데에서 비롯된다”라며 “미국 헌법에서 탄핵제도의 뿌리는 소로의 이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조 전 장관의 주장이다. 소로는 1817년에 태어나 1862년에 죽었다. 미국의 헌법은 1787년에 연방의회에서 완성되었고, 1789년 발효되었다. 소로가 태어나기 30년 전에 미국 헌법은 완성되었는데 어떻게 소로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는가. 탄핵 관련 조항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소로가 마치 혁명의 권위자처럼 주장하는 것도 의아하다”라며 “소로는 생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그의 저작이 사후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과 같은 비폭력운동가에게 영감을 준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불복종운동의 창시자이다. 그는 적극적 혁명보다는 납세 거부와 같은 소극적 저항운동을 했고, 그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상태를 보존하는 것이다. 즉, 소로가 무능을 혁명권을 행사할 조건으로 봤는지도 의문이다. 무능한 정부야말로 소로에게는 가장 유능한 정부였을 것 같기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나는 조 전 장관이 그런 힘든 일을 겪고도 든든히 버텨줘서 고맙다”라면서도 “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차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정확한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해준다면 더 고마울 것 같다. 이런 일로 신뢰를 잃는 게 안타까워 드리는 고언”이라고 했다.

(사진=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SNS 중단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님이 오마이뉴스 인터뷰 중 일부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셨기에 불가피하게 해명 댓글을 달았다”라며 “저는 SNS 중단 상태로 돌아간다. 제 댓글은 조 교수님 페이스북에 남아 있으니 이 포스팅은 일정 시간 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댓글에는 “소로는 ‘시민불복종’ 등에서 시민불복종 외에 ‘폭정’ 또는 ‘무능’을 이유로 한 혁명권도 명시적으로 옹호했다. 해당 원문을 졸저 9장에서 소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연호 대표와의 인터뷰 중 미국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발언은 책에는 없다”라며 “‘폭정’ 외 ‘무능’을 이유로 한 혁명을 주장한 소로는 대통령 탄핵 사유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무능’의 의미가 포괄적이니 시간적 제약이 있어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미국 대통령 탄핵 사유에는 ‘경범죄’가 들어가 있다. 물론 실제로 탄핵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즉 한국과 달리 탄핵 사유가 매우 넓다”라며 “저는 책이나 인터뷰에서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없다. ‘무능이 탄핵의 사유라면 좋은 나라’라고도 말한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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