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특별법 놓고 이견 속출…난항겪는 K-반도체 정책

최영지 기자I 2021.11.29 16:35:22

여야정, 국회 산업부 소위서 의견 충돌
야 "산업 생태계 부작용 우려…대기업 세금 지원도 과다"
정 "예타 특례, 국가재정법 체계 흔들어"
여, 가덕도법처럼 힘으로 밀어붙일듯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K-반도체’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반도체 제조설비 투자비용 세액 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핵심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하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발의 과정에서처럼 반대 의견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반도체 부품 제조 업체인 경남 창원시에 있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해성디에스 창원사업장을 찾아 김인덕 부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돈 몇 푼 지원하고 정부가 통제·관리할까 걱정”

29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소병철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관련 반도체 특별법안 3건이 접수되고 처음으로 소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가와 경제안보 자체가 앞으로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모두 핵심 산업의 전략적이고 과감한 육성과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특별법을 발의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신속한 심의와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발의된 3개의 발의안 중에 송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 동의한다고도 덧붙였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결국 정부의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원칙적으로 이 법의 입법에 동의하고 찬성한다”면서도 “정보를 제공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 있다. 이 법이 돈 몇 푼 지원해주고 통제하고 관리해 오히려 이 산업 생태계의 발목을 잡는 등의 부작용으로 작용해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이 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전문인력 육성과 간접 지원 모두 동의한다”면서도 “대기업이 지금 돈이 없느냐. 세금도 못 낼 정도로 어렵느냐”며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조항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박 차관은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법인세까지도 50% 이상씩 면제를 하는 등 세제지원 유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과기부 “예타 특례조항, 수용 못 해”

정부 부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는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앞서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법 대상 선정 의무화 △신속처리 의무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3가지 내용과 관련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역할이 명시돼 있다.

이지원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국가재정법과 관련 지침 등에 따라 전체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며 “대상 선정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까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별도로 예타 특례 규정을 제안하는 것은 국가재정법 전체 예비타당성 조사 체계를 흔드는 사항이라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에 국가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요건을 인정받은 경우 별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그 방법을 통해 예타 면제를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부도 기재부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같은 정부 부처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의 경우에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례가 있다.

한편 이날 위원회는 안건의 시급성을 고려해 공청회는 생략하기로 의결했다. 국회법 제58조 6항에 따르면 제정법률안 등에 대해 공청회나 청문회를 열어야 하지만 위원회의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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