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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본부 또 이전 논란…“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이지현 기자I 2023.03.07 17:55:47

대통령실 법 개정 필요 사항 선 그었지만
산은법 개정 않고 부산 이전 추진 사례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에 대한 특단의 조치 주문에 본부 이전설이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관련 내용을 부인했지만, 전북 여론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 8.22%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기금 적립금은 900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연간 손실금은 79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몇몇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옮겨 고급 인력들의 이탈을 막아 연금 재정 건전화를 이루겠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에서 “정부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운용인력의 보수 수준을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화하고, 금융시장·운용사와의 원활한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 구축 등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이전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에선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서울로 재이전하면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저지하겠다는 밝혔다. 지역의 성난 민심도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통령실은 “이 문제는 대통령실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 거기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법에는 ‘국민연금공단의 소재지는 전북으로 한다. 필요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분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기금본부를 서울로 옮기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는 이미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산은법의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내용을 손질해야 하지만, 법 개정 전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이다. 정청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국민연금의 이전 검토는 법개정 사안이라고 얘기하면서 우린 법 개정사항인데 행정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하려 한다”며 “(윤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에 명시된 기금본부를 전북에서 서울로 옮긴다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며 “기금수익률과 기금운용 소재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이후 2019년 국민연금은 역대 최고 수익률인 11.31%를, 2020년엔 9.7%, 2021년엔 10.77% 등으로 3년 연속 10% 안팎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 직전 3년 동안의 수익률 평균인 4.9%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자산운용역(펀드매니저)의 잦은 이직도 본부의 위치와 관련성이 낮다고 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 기금 운용직의 퇴사율 평균은 10.6%인데 비해 시장 퇴사율 평균은 17.3%로 훨씬 높다. 오히려 국민연금 기금 운용직의 이직률이 시장보다 더 낮은 것이다 .

김성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으로 내건 전북 금융도시 추진은 아무 진전이 없다”며 “말로는 국가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가장 낙후지역인 전북을 소멸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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