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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평행선...“절대평가로 고교 정상화”VS“패자부활 기회 상실”

신하영 기자I 2017.08.21 16:00:00

교육부 수능개편 4차 공청회, 절대평가 찬반 팽팽
“수학 상대평가 유지할 땐 사교육 선행학습 폐해”
“수능 종속 벗어나야 고교 교육과정 내실화 가능”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각각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범위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 쪽에선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 내신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패자 부활’ 기회를 주기 위해선 수능 일부 과목에서 상대평가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교육부가 21일 대전 충남대에서 개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에서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일부 과목 절대평가는 고교 교육 내실화를 막는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방안으로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1안)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안’(2안) 등 2가지를 제시했다. 1안은 한국사·영어·통합사회과학·제2외국어/한문 등 4과목만 절대평가하자는 방안이며, 2안은 여기에 국어·수학·탐구 등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방안이다.

안 소장은 먼저 ‘과목 쏠림’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탐구(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을 상대평가 할 경우 학생들은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을 정하지 않고 점수 따기 좋은 과목으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17학년도 수능에서 사퇴탐구 응시 학생은 29만120명이었으나 이 중 ‘경제’ 과목 선택은 2.3%(6731명)에 불과했다. 인문계 대학 진학자 중 상경계열 선호 학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점수 따기 좋은’ 과목에 몰린 결과란 의미다. 안 소장은 “과학탐구 응시 학생(24만3857명) 중에서도 ‘물리2’ 응시자는 단 1.2%(2902명)에 그쳤으나 ‘지구과학1’은 54.7%(13만3292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 “수능 대입자격시험 돼야 독서·토론 가능”

특히 안 소장은 “국어·수학·탐구 등이 상대평가로 남게 되면 수학에서 입시가 결정된다고 다수가 생각할 것”이라며 “수학으로 가중될 학생·학부모 부담은 고스란히 사교육으로 연결, 과도한 수학 선행학습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하 중일고 교사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능은 대입 평가도구로서 변별력 확보가 주목적이었다”며 “이런 수능 체제에서 학생들은 상위 석차를 노리고 무한경쟁을 해야 했고, 고교 교육은 수능 시험 준비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능은 고교생이라면 공통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에 대한 성취도를 평가하는 일종의 진단평가, 최저학력(대입자격) 평가가 돼야 한다”며 “수능 대입자격시험화는 EBS 문제 풀이나 하는 죽은 교육에서 벗어나 독서·토론을 가능케 하는 열린 수업을 구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또 “수능 상대평가에 종속돼 한 문제라도 더 맞도록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상치된다”며 “수능 평가 목표를 학력 성취 수준을 진단하는 절대평가에 둘 때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반영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내신 실패 재수생 등 패자부활 기회 박탈

반면 조정기 순천향대 수학과 교수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 ‘패자부활 기회’ 상실을 우려했다. 그는 “학생부 내신 경쟁 과열과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 축소(재수생, 검정고시 등) 우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2020학년도 입시에서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대평가에 따른 수능 변별력 상실로 학생부교과·종합전형의 비중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내신 성적의 중요도는 더 커지기 때문에 내신이 안 좋거나 뒤늦게 입시에 뛰어든 학생들은 ‘패자 부활’ 기회를 상실할 것이란 우려다.

조 교수는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등 아직 시행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기창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회장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절대평가와 연계한다면 일부 과목 시범 운영으로 성과·문제점을 검토한 뒤 전면 시행으로 가는 방향이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또 “수능 절대평가로 변별력이 약화되면 내신과 학생부가 대입전형의 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능과 내신, 학생부를 비롯해 모든 전형요소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의 수능개편 공청회는 이날까지 네 차례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금까지의 공청회에서 제기된 여론을 바탕으로 오는 31일 수능개편 최종안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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