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직 축소되나…금융중심지지원센터 분리·회계 임원 사라질 위기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금융감독원이 조직 축소 위기에 처했다. 국제업무국(금융중심지지원센터)을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이보다 앞서 감사원은 정원을 초과한 고위 임원을 축소하라고 주문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10일 국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설치하도록 한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기관이나 단체에 설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에는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금융기관은 금감원의 감독 대상인데,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인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금감원에 두는 것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에 금감원에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없도록 명시함으로써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복현 금감원장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5월 국내 6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동남아 3개국을 돌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투자 유치 활동을 지원했다. 지난 9월에도 금융사 CEO들과 함께 영국 런던을 찾아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진행했다.

이 원장의 행보는 금융중심지지원센터 설립 이래 해외 IR에 참여한 첫 금감원장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야권에서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금융권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금융사 CEO와 접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동남아 출장 당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감독 업무를 하는 금감원 수장이 피감기관 수장들과 함께 며칠간 같이 해외를 나가서 우애를 다지고 돈독히 하면 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감원의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는 17명의 직원(통역·자문역·파견 제외)이 근무하고 있다. 금감원 외부로 조직이 분리되면 그만큼 조직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중심지지원센터는 지난 2007년 금감원에 설치돼 국내외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및 국내진입을 촉진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과 금융회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업무국 은행업무팀과 금융투자보험업무팀을 신설하며 조직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연내 회계 임원 문제도 풀어야 한다. 지난 3월 감사원은 금감원에 대해 “직제상 직위 이외 회계 전문심의위원을 집행 간부로 두면서 집행임원 1명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원장보 정원은 9명이지만, 회계 전문심의위원까지 포함하면 10명이다. 지난 2020년 2월 직제 개편으로 금융소비자보호처 소속 부원장보 직위를 실시하면서 정원을 초과하게 됐다.

현재 장석일 회계 전문심의위원의 임기는 내달 23일까지다. 일각에서는 국장급으로 지위를 낮춰 정원 초과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회계 감독 및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위를 낮추는 것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 관리와 감독 업무는 중요하다”면서도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