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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샤넬은 여기서…'패션 슈퍼앱' 등극, 네이버 '크림'

윤정훈 기자I 2022.08.10 16:01:08

올 상반기 거래액 7200억원…작년 거래액 '훌쩍'
샤넬, 롤렉스 등 명품 카테고리 추가 후 고공행진
정가품 판단, 불량·하자 확인 등 꼼꼼한 검수 자랑
수수료 인상 통해 수익화 시도…기업가치 1조 눈앞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어머니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 샤넬 매장에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반차를 내고 ‘오픈 런(매장이 열리면 바로 입장)’까지 했지만 원하던 상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리셀플랫폼 ‘크림’ 앱을 통해 원하던 샤넬 가방을 사흘 만에 구매할 수 있었다.

2020년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네이버(035420)의 손자회사 ‘크림(KREAM)’이 작년 말부터 명품거래를 시작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넘어 패션 관련 모든 상품을 다루는 ‘패션 슈퍼앱’으로 도약을 꾀하는 모양새다.

상반기 크림(KREAM) 내 인기 가방 베스트5(사진=크림)
10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의 상반기 거래액은 7200억원이다. 이는 작년 거래액 추정치인 4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같은 빠른 성장세는 명품 거래를 추가한 덕분이다. 크림은 지난해 11월 샤넬, 롤렉스를 시작으로 현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등 대부분 럭셔리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명품을 취급한 덕분에 고객층도 1020 세대 중심에서 3040 세대로 넓어졌다. 또 작년 상반기 기준 37%였던 여성가입자 비중이 47%까지 올라왔다.

크림의 기존 럭셔리 플랫폼 발란·트렌비·머스트잇도 위협하고 있다. 발란의 상반기 거래액은 3812억원으로 크림의 절반 수준이다. 명품만 따지고 보더라도 크림의 거래액은 발란과 비슷하거나 조금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크림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가방인 ‘샤넬 가브리엘 백팩 스몰& 골드 실버 메탈 블랙’은 이날 기준 누적 290회 거래됐다. 현재 가격인 787만9000원을 기준으로 이 상품으로만 약 23억원의 거래액이 발생했다. 지갑 제품 중에서는 ‘샤넬 클래식 카드 홀더 & 실버 메탈 브랙(112만3000원)’ 제품이 총 953회 거래돼 약 11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크림이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검수 능력이다. 스니커즈 검수로 쌓았던 신뢰도가 명품 거래에도 강점이 되고 있다. 기본적인 정가품 판단은 물론 봉제 불량, 제품 손상·오염 등까지 검수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크림 고시’라 불릴 정도다.

스니커즈 시장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명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크림은 2021년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80억원에 인수해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커뮤니티에서 상품 정보를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구매가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 60만명 회원을 보유한 명품 커뮤니티 ‘시크먼트’도 70억원에 인수했다. 스니커즈와 결은 다르지만 커뮤니티에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과 비슷한 전략이다.

크림은 자회사 ‘팹’을 통해 시크먼트 회원이 자유롭게 명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신규 플랫폼 ‘시크’도 지난 6월 론칭했다. 시크는 크림과 달리 명품 중고품 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앱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출범 3년차의 크림은 수익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알리는데 집중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판매(1%)와 구매(2%)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리셀플랫폼 수준인 5~10%까지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얼마든지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명품거래 플랫폼 중 가장 먼저 유니콘(기업가치 1조)에 등극한다는 각오다. 현재 크림은 기존 투자자인 펄어비스 등을 대상으로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명품을 경험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구매 허들이 낮아졌다”며 “크림의 거래액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정품 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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