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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 위스키 인기에 '발베니' 동났다..이유는

김범준 기자I 2022.03.17 16:08:14

홈바·홈술 트렌드에 '맛있는 한잔' 수요 늘며
상대적 고가·희소성 싱글몰트 위스키 선호
발베니, 작은 증류소서 매년 한정 수제 생산
공급 적은데 셀럽 입소문으로 모방수요 급증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홈바(home bar) 음주 문화와 함께 싱글몰트(single malt·한 증류소 맥아로만 제조한) 위스키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몸값이 특히 뛴 브랜드로 ‘발베니’(Balvenie)가 꼽힌다. 발베니는 대표 제품 ‘더블우드 12년산’을 중심으로 모든 연산 라인업 제품들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뛰고 오픈런(open-run·판매 시작과 동시에 달려가 구매하는 것)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 제품들. 왼쪽부터 ‘발베니 더블우드 12년’, ‘발베니 캐리비안 캐스크 14년’, ‘발베니 더블우드 17년’, ‘발베니 포트우드 21년’.(사진=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1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글렌피딕’(Glenfiddich)과 ‘맥캘란’(the Macallan) 등 기존 인기 브랜드부터 최근 신규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싱글몰트 위스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유독 발베니의 품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맛과 풍미 등 제품 본연의 속성에도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한 빠른 입소문과 현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위스키 성지’로 통하는 서울 남대문 주류상가에서 입문용 싱글몰트 위스키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은 2019년 7만원대에서 지난해 9만원대, 올해는 12만원 수준까지 약 3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글렌피딕 15년’ 가격은 6만원대에서 최근 8만~9만원대로, ‘맥캘란 18년’은 25만원 수준에서 35만원 안팎까지 30~50%가량 올랐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특히 발베니는 매장에 입고되는 즉시 팔려 나가기 바쁜 상황이다. ‘눈에 띄면 무조건 사야 되는 술’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올 초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잔을 포함한 ‘발베니 12년 700㎖’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당일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에는 이마트가 ‘발베니 14년’(16만원)을 스마트오더(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로 판매한 지 2시간 만에 준비한 500병이 빠르게 완판됐다.

발베니는 영국 주류기업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매년 한정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100% 정통 수제(핸드 크래프트)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로 통한다. 몰트 위스키 성지라 불리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 증류소를 두고 있다. 회사 설립자 윌리엄 그랜트가 1886년 글렌피딕에 이어 1892년 세운 두 번째 증류소다. 직접 경작한 보리 밭에서 원재료를 수급하고, 보리를 발아시킨 후 건조시킬 때 기계가 아닌 전통 수작업 방식인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으로 만들어지는 유일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희소성과 제조 특수성으로 발베니는 ‘한정판 술’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전 세계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량이 스카치 위스키 범주 중 5% 수준에 불과한데다, 발베니의 증류소 규모와 생산량이 이웃사촌 글렌피딕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연간 공급량이 원체 적은 브랜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과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 확산세로 인해 현지 증류소 노동 인력이 줄면서 100% 수제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발베니의 경우 생산성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발베니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단 맛과 잔향의 여운, 둥그스름한 병 패키지 디자인 등 요소로 2030대 젊은 층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 혹은 배우나 유튜버 등 셀럽(셀러브리티·유명인)들 사이에서 발베니를 ‘최애’(가장 사랑하는) 술로 꼽는 모습이 방송 프로그램과 각종 SNS 채널을 통해 확산하면서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 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약 2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2.4% 증가하는 등 최근 홈술(집에서 술마시기) 트렌드 확산으로 ‘비싸더라도 맛있는 술 한잔’을 위한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가 늘고 있다”며 “늘어난 수요만큼 공급이 못 따라 가는데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셀럽과 SNS를 통한 입소문이 한정판 상품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오픈런도 불사하는 MZ세대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시키며 수급 불균형이 더욱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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