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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먹는 약...디지털 치료제 시장 기반 구축

노희준 기자I 2020.08.27 15:16:58

식약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발간
정식 이름 '디지털 치료기기'로 이름 붙여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규정
"기존 신약 개발보다 비용이나 시간 적게 소요"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앱(응용프로그램)이나 게임 등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27일 밝혔다. 디지털 치료제는 반복 훈련과 코칭·상담으로 환자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하는 ‘머리로 먹는 약’으로 통한다.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불면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에서 큰 치료 성과가 기대된다.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중독 치료용 앱 ‘리셋’이 세계 최초 디지털 치료제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제품 범위, 정의 등 기본개념부터 판단 기준 및 제품 예시, 기술문서 작성, 첨부자료 등 허가심사 방안 등을 담았다. 우선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에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공식 이름을 붙였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치료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규정했다.

이는 임상 시험을 거쳐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기존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 앱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웰니스 제품)과 다르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기기의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갖는 ‘독립적인 형태의 소프트웨어만’으로 이뤄진 의료기기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천식,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기존 신약은 개발하는 데 평균 3조원이 투입된다. 반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100억∼200억원이 필요하다. 개발기간도 디지털 치료기기는 3.5∼5년인 반면 기존 신약은 15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개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회사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선 뇌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드는 ‘뉴냅스’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식약처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국내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 회사측은 내년 상반기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라이프시멘틱스’는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을 개발중이다. 내년 1분기 허가를 받아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제에 선정된 ‘에임메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2025년 FDA 허가를 노린다.

해외 제품 개발 도입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 C랩(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웰트’는 최근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손을 잡고 세계 1호 디지털 치료기기를 내놓은 미국 ‘페어’사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국내 제품이든 해외 상품이든 디지털 치료기기가 국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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