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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사육기간 3개월 줄이세요"…농진청 새 사료 배합기술(종합)

김형욱 기자I 2018.10.04 13:46:36

양·질·맛 그대로 31→28개월 단축
생산비용 한마리당 23.5만원 절감
수입 소고기 가격 경쟁력 확보 기대
사료회사·협회 통해 보급 확대 나서

한우 농가에서 소들이 사료를 먹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농촌진흥청(농진청)이 한우 사육기간을 3개월 줄이면서도 육질·육량과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새 사료 배합기술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생산비용을 줄여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육성기(6~14개월), 비육기(15~28개월) 사육 단계마다 단백질과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하는 방식으로 비육 기간을 3개월 줄이는 한우 사육 사료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한우 비육우 평균 출하월령은 31.2개월이다. 높은 소고기등급을 받기 위해선 마블링(근내지방도)을 키워야 한다. 1+에서 1등급 수준의 소고기를 만들려다보니 사육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사육기간이 길다 보니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졌다. 사료비만 해도 미국산 소고기보다 1.7배 더 들어간다. 한우 비육우 한 마리는 평균 780만4676원(지난해 기준)인데 이중 37%인 287만원이 사료비로 나갔다.

자연스레 한우와 수입 소고기와의 가격 격차는 지난해 한우 등심 기준 5.1배까지 벌어졌다. 국산 자급률도 2013년 50.1%에서 2017년 41.0%로 4년 새 9.1%포인트 내렸다.

미국 비육우 출하월령은 16~22개월, 일본산 와규도 28.8개월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급률 하락을 막고자 내년 7월부터 쇠고기 등급기준에서 마블링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이 역시 평균 출하월령을 31.1개월에서 29개월로 2.1개월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 정책이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이 정책과 맞물려 한우 농가가 소 등급제 하락 우려 없이 사육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우와 수입 소 사료비 비율 비교. 농촌진흥청 제공


농진청은 특히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육질과 육량은 물론 맛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28개월 한우를 도축 후 육량·육질을 분석한 결과 31.1개월 한우 성적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28개월짜리 한우는 도체중 446㎏, 근내지방도 5.9였고 기존 31.1개월 한우는 443.6㎏, 근내지방도 5.8이었다. ‘전자 혀’를 통한 맛 분석과 전문가 시식에서도 단맛과 감칠맛, 풍미 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농진청은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한 마리당 생산비용을 23만5000원 정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거세한우 약 40만마리 전체에 적용하면 한 해 936억원 가량이다. 소비자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농진청은 이 기술을 특허출원하고 사료회사인 천하제일사료·단풍미인한우 등에 이전했다. 전국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보급 확대방안도 논의 중이다. 직접 사료를 만들어 쓰는 농가를 위한 매뉴얼 보급에도 나선다.

양창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 원장은 “기존 사료 배합 프로그램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맛은 유지한 채 소 성장속도를 빠르게 했다”며 “축산 농가가 별다른 부담 없이 사육기간을 줄여 국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28개월 단기 비육 프로그램 주요 내용. 농촌진흥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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