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만난 정세균 "차등의결권, 벤처부터 도입해 순기능 확인해야"

이은정 기자I 2021.05.06 17:12:07

기업 "해외상장, 규제벽 높고 경영권 보호장치 없기 때문"
"경영권 보호→기업 발전→양질 일자리 창출돼야" 주장
정 "포이즌필 등 국내엔 제도화되지 못해…증시 체력도 길러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와 만나 기업 현안을 듣고 추후 여당의 기업 관련 정책 수립시 적극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기업들은 올 초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을 사례로 들어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제도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 전 총리는 국내 증시의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경영권을 지키는 데 취약한 곳들을 시작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순기능이 확인되면 확대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국내 개인·기관 투자자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노출되지 않도록 증시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상장협은 6일 오후 2시 상장회사회관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상장회사 기업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상장회사CEO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회의는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사진=한국상장회사협의회)
기업 “韓 경영권 보호장치 부재”, 정 “벤처 등 취약기업부터 도입해 순기능 확인해야”

기업들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난해 기업규제3법을 시작으로 올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규제 입법에 경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부재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한 경영환경에서 유니콘 기업들의 해외 자본시장 상장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쿠팡의 사례를 들며 “기업이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주요한 이유는 한국 시장에서의 규제, 여기에 경영권 보호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라며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회사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마케팅 투자에 힘을 쏟고 해외 진출에 나서려고 하는데 외부에서 보기에 실적이 좋지 않으니 주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저평가에 인수합병을 노리는 곳들에 대응하다보면 사업에 대한 집중력이 분산된다”며 “제도적으로 경영권을 보호해 기업 발전과 더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쿠팡 사례는 한국 기업이 뉴욕에 상장했다는 게 자부심인 것 같다. 회사 주주로 소프트뱅크, 미국 벤처캐피탈이 있는 것도 배경인 것 같지만 앞으로 그런 기업들이 나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이와 별개로 기업들이 경영권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사업에 전력 투구할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도 대비해야겠지만 정부나 의회에서도 합리적으로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포이즌필, 차등의결권제도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다양하게 제도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기업 역사가 길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진국 수준에 비해 경영이나 룰을 지키는 데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본다”고 말했다.

또 증시의 건강한 발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짚었다. 그는 “최근 동학개미(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는데, 우리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개인·기관 투자자가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노출되지 않고 정상활동 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해 토양을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동시에 벤처기업, 스타트업처럼 경영권을 지키는 데 취약하지만 기술력은 있는 곳들부터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법은 없겠는가”라며 “만약 그런 제도가 그들부터 순기능하면 확장될 수 있을 거다. 실험을 해보지 않고 제도를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균 전국무총리와 상장회사CEO 정책간담회 현장.(사진=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장협 “규제 글로벌 표준화 필요…기업 목소리 대선 공약에 반영”

아울러 기업 대표들은 지난해 기업규제3법을 시작으로 올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규제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 발판을 만들고 우리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고용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우석 OCI(010060) 회장은 ‘기업규제3법’ 통과, 선진국의 경영권 보호장치 등의 부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표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기홍 대한항공(003490) 사장은 국제 물류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김영재 대덕 사장은 우리나라 상속세·증여세가 글로벌 표준치와 차이가 난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방안에 대해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전 국무총리는 10조원에 달하는 삼성가 상속세를 언급하며 “올해 코로나19로 우리나라 국채발행은 100조원을 넘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으면 고용문제가 생겨 지금은 투입해 생존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당장 감세보다는 세수가 더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기에 세율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표준대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기업 타격을 거론하며 “기업인들은 단순히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화’를 통한 국가 경제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희망한다”며 “특히 반도체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물론 최근 심화되고 있는 국가 간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 자원이라는 점과 국민의 70%이상이 찬성하는 만큼 국가 경제 발전 측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정 전 국무총리 외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구갑),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함께 참석했다.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이사, 노용훈 신한금융지주 CFO, 이기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상장협은 추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의견을 종합해 국회 및 관련 부처에 기업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차기 대선 후보들과 이번 간담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해 기업의 목소리를 대선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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