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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건 전 여친 상담한 한국여성의전화 "민주당에 분노"

박지혜 기자I 2020.01.30 13:56:2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가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27) 씨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 관련 “‘여성폭력문제’를 외면하는 정당에게 21대 국회에 자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30일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원 씨를 언급하며 “이번 총선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미투 운동에 대한 정치권의 제대로 된 응답이어야 하며, 그것은 올바른 후보를 배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로 불거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 기준과 후보자 검증 절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원 씨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그렇게까지 확인하지 못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한 것을 언급하며, “미투운동은 ‘그렇게까지 확인하라’는 주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시대를 읽지 못하고 미투 운동이 제기한 여성폭력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했다.

또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20대 국회는 수백 건의 ‘미투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만 해놓은 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는 고스란히 21대 국회의 몫이 됐다”며 “여성폭력과 성 평등에 대한 높아진 인식과 이와 관련한 법, 제도, 사회적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외면하는 정당에게 유권자는 21대 국회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체는 “민주당의 후보 검증의 문제와 여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한 피해자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시화될 수 있었다”며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그리고 또 용기를 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는 피해자의 말을 민주당은 똑똑히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원내대표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상식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한 점을 가리키며 “우리는 ‘젠더폭력 무관용의 원칙을 천명’한 당의 ‘상식’이 무엇인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는 원 씨로부터 성폭행,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등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 등을 올렸다.

이에 원 씨는 그 다음 날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면서도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일로 사퇴 입장을 밝힌 그는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다.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과거 겪었던 고통을 자기(원 씨)가 인정해야 하는데 저랑 같이 (고통을) 치르겠다는 말을 과연 가해자로 할 수 있나 억울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원 씨의 성폭행 이후 산부인과를 방문한 적도 있고, 헤어진 뒤 해바라기센터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을 통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제 얘기를 듣고 나서 상담사 두 분 모두 명백한 성폭행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만일 고소할 의사가 있다면 성폭행으로 고소하는 게 맞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원 노출의 우려도 있었지만 원 씨가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해찬 대표는 지난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씨 논란 관련 고개를 숙였다.

당 지도부 내 여성 최고위원인 남인순 위원은 “원 씨가 성폭력·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피해 호소인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미투 운동 이후 젠더 폭력 의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임을 강조한다”며 “앞으로 당의 인재들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후 사무총장 산하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서 논란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조사 후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최고위원회가 윤리심판원에 사안을 넘겨 합당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 씨는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남자’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3일에는 영입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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