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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델타변이 비상..불안한 출발 韓 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강민구 기자I 2021.07.07 14:50:58

바이러스 저변 확대·기초 연구 활성화 목표로 개소
기획단계부터 우여곡절···당장 성과 기대 어려워
미 2000명, 프 2800명···바이러스기초연 20명 목표
감염병연구소와 협업,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델타변이가 확산하며 방역 당국이 비상이다. 이런 상황속 지난 6일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문을 열었지만 인력과 예산이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철통 방역이 정치 구호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사진=기초과학연구원)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바이러스 기초연구 전문기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어제 개소식 행사에서도 감염병 관련 연구소장, 정부출연연구기관장 등이 줄줄이 참석해 앞으로의 성과창출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인력 규모 조차 확정하지 조차 없는 연구소를 보면 앞으로 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기획단계부터 험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2019년 10월 청와대 과학보좌관을 맡았던 이공주 이화여대 교수의 제안으로 기초과학연구원에 설립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와의 중복 투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기초와 응용 연구를 구분해 연구소를 세웠다는 점에서 부처간 칸막이로 나온 결과라고 지적하거나 가뜩이나 적은 감염병 인력풀을 나눠먹는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소한 바이러스기초연구소. 건물이나 연구진 없이 출발했다.

IBS 본원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연구단장들의 양해를 구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IBS가 계획중인 본원 2단계 사업에서 연구소를 구축한다지만 최소 3~5년은 세를 들어 연구를 해야할 처지다.

올해 운영 예산이나 인력도 풍족하지 않다. 55억원을 투입해 연구진부터 채용하고, 내년 예산으로 활용할 141억원을 기획재정부에서 심의하고 있다. 9월까지 연구소 운영계획안을 만들고, 20여명 규모로 예상되는 인력을 채용하는 등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계획대로 연구인력 20여명, 141억원을 투입한다해도 선진국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당장 질병관리청 산하 감염병연구소만 해도 170여명의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올해 483억원을 투입한다. 미국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약 2000명, 5조 6000억원),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360명, 750억원),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2800명, 4500억원),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840억원, 360명) 등 주요 선진국 연구소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논란을 불식시키고 연구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부·국회 차원의 예산확보 노력과 함께 기존 유관기관들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감염병연구소와 상시 협력체계를 통해 치료제, 백신 개발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설립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국민을 위한 성과로 보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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