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도이치방크마저 위기론…CS발 코코본드 공포 심상찮다

김정남 기자I 2023.03.24 23:44:50

도이치방크 5년물 CDS 폭등…주가 폭락
CS AT1 상각 후폭풍, 다른 은행들에 전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번에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방크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시작한 은행권 위기가 도이치방크로 옮겨붙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AT1) 전액 상각 후폭풍이 다른 유럽 초대형 은행들로 번지는 기류다.

(사진=AFP 제공)


2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도이치방크 은행채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거래일 대비 17.66% 치솟은 170.84bp(1bp=0.01%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215bp까지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혹은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이 함께 오른다. 보험 가입시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도이치방크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 142bp 수준에서 큰 폭 뛰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번달 초만 해도 100bp를 밑돌았다. 도이치방크 주가 역시 폭락하고 있다. 독일 증시에서는 10% 가까이 내리고 있다.

도이치방크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은 UBS 합병 과정에서 CS가 발행한 16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AT1을 모두 상각 처리한데 따른 후폭풍이다. AT1은 금융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코코본드(조건부 전환 사채)의 일종이다. 일반 채권보다는 후순위이지만, 주식보다는 선순위다. 그런데 채권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상식이 깨진 채 16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AT1은 휴지 조각이 됐고, 이같은 불안감의 다음 타깃으로 도이치방크가 꼽히고 있는 것이다. CNBC는 “도이치방크의 AT1이 급격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AT1 시장은 27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큰 파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튜어트 콜 에쿼티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S의 AT1 채권 상각은 은행의 핵심적인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며 “도이치방크 역시 이를 극복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도이치방크 외에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주가 역시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 지난 1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50%로 50bp 인상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은행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강한 상태”라고 했지만, 스위스에 이어 독일의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흔들리는 만큼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어 트랩 리포트의 래리 맥도널드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문제가 은행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왔다”며 “투자자들은 갑자기 CS와 도이치방크의 형편 없는 경영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