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해임에 시위 격화 …"네타냐후, 사법개혁 연기 검토"(종합)

김상윤 기자I 2023.03.27 17:23:02

네타냐후 “복무 거부하는 자 단호히 맞서야” 강수
갈란트 장관 “사법 변화는 대화 통해 이뤄져야”
이스라엘 150여곳에서 시위…미국 등 우려 표명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 개혁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스라엘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는 사법개혁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경찰에 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이스라엘 총리실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에 “복무를 거부하는 자들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적었고, 이날 따로 갈란트 장관을 불러 국방부 수장으로서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갈란트 장관은 트위터에 “이스라엘의 안보는 내 인생의 목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정비 입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전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 국가안보에 실재하는 위험”이라며 “사법시스템 변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입법 절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연정은 사법부의 권한을 줄이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스라엘의 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은 법관인사를 담당하는 법관선정위원회를 통제할 수 있다. 이 법안과 관련해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12주째 반대 시위를 이어졌고, 이스라엘 군 전력의 한 축인 예비역 군인들도 이에 동조해 훈련 불참 및 복부 거부 선언을 하고 있고 현역 군인들도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인 아사프 자미르도 입법안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자미르 총영사는 트위터에 “더 이상 이 정부를 대표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횃불로 남도록 하는 게 내 의무”라고 적었다.

갈란트 해임소식이 전해지자 수천명의 이스라엘 시민은 수도 텔아비브의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예루살렘에 있는 테나냐후 관저 밖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스라엘의 주요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서면서 국제항공 운항도 차질을 빚고 있다.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는 사법개혁 계획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 Ynet와 채널12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까지 나서 “이스라엘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미국 등 주요국도 이스라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타협점을 찾도록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