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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유가, '돌연' 아래로 방향 튼 5가지 이유

김경민 기자I 2018.11.14 11:08:46

공급 과잉 상태에 대이란 제재 유예 영향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도 늘어…트럼프 압박도 부담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던 국제유가가 이번에는 12거래일 연속 미끄러졌다. 지난달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열릴 거라던 얘기는 자취를 감췄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4달러(7.1%) 떨어진 55.6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6일 이후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5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3일 배럴당 75달러선까지 치솟았다. 4년 만에 최고점이었지만, 지금은 당시 대비로 26% 고꾸라진 상태다.

유가 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공급 과잉 상태를 꼽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 회원국은 지난 9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10만배럴씩 올렸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비해 수급 조절에 나섰던 것. 이에 오펙의 하루 생산량은 3278만배럴을 기록 중인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연중 최대 생산 규모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관련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국가에 한시적 유예가 적용된 영향도 크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는 이란산 원유 거래가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미국과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중국, 인도, 한국,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 터키 등 이란산 석유 수입국에 유예기간을 주기로 해 당장 수급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들어선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석유시장은 휴가철인 6~8월과 난방을 가동하는 12~2월이 성수기다. 여기에 보통 비수기인 12월 전 정유업체들은 시설 유지보수에 들어서면서 가동률을 낮추는데 올해는 이란 제재 등을 겨냥해 예년보다 가동률을 덜 낮춘 상황이다. 이에 마켓워치는 원유 재고량이 늘어난 상태라고 판단했다.

유가만 올라가면 예민하게 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가 방향을 아래로 끄는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줄기차게 말하고 있으며, 지난 12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유가는 지금보다 더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유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의 하루 생산량은 지난 2일 기준 1160만배럴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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