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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가겠다던 하태경, 종로 택했다…與수도권 전략 꼬이나

경계영 기자I 2023.11.27 17:35:27

'부산 대신 험지 출마' 선언 하태경, 종로행
'정치 1번지'에 "험지라 부를 수 있나" 비판
'현역' 최재형 "총선 임하는 각오 굳건히"
한동훈 등 여러 카드 고려하던 당 지도부 '당혹'

[이데일리 경계영 이상원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출마를 예고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정치 1번지’ 종로에서 4선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상적으로 잠룡급 주자가 나서는 지역구에서 하 의원이 당과 조율 없이 도전을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으로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영남권 중진 가운데 처음 기득권을 내려놨음에도 험지가 아닌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이 지키는 종로를 택한 데 대한 당내 시선도 곱지 않다.

하태경 “수도권 승리 견인차”…최재형 “각오 굳건히”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 서울의 심장부 종로에서 출마하겠다”며 “종로에서 힘차게 깃발을 들고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하 의원은 지난달 7일 기득권을 포기하고 험지로 가겠다며 서울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종로 출마를 결심한 데 대해 그는 “우리 당이 수도권 민심의 자랑스러운 지지와 선택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종로에서 패배하면서부터 우리 당의 수도권 의석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국회 과반 의석수도 급격히 무너졌다”며 “이것이 종로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종로가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대통령을 2명 이상 배출한 유일한 지역구이자 대통령이 집무하던 청와대가 있는 곳이어서 원조 정치 1번지로 꼽힌다. 현역인 최재형 의원도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든, ‘정권 심판’을 대표할 인사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대권 경선을 벌였던 후보로 전략 공천 받았다.

하 의원은 “지금 당의 가장 큰 문제가 총선에서 수도권을 어떻게 할지 전략이나 방향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고 이끌고 있지 못하다”며 “저부터 기준을 잡고 수도권 선거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 의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면서 멋진 선의의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재형 의원은 하 의원의 선언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시 종로구는 ‘정치 1번지’가 맞는 것 같다”며 “종로구를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해온 만큼 내년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 종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로가 험지?…“당과 의논 없었다”

하 의원은 “지난 3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한 지역이고 지난 재보선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졌다”며 종로도 험지라고 주장했지만 당내 반응은 차갑다. 현재 지역구 의원이 국민의힘인 데다 ‘기득권 포기’를 내세울 만큼 험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재선 의원은 “험지에 나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따뜻한’ 지역구이자 상징적인 곳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우리 당 의원의 지역구에 나가는 것은 기본적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한 초선 의원은 “험지라고 부르려면 현재 민주당 의원 지역구여야 할 텐데 종로엔 우리 당 최재형 의원이 있고 구청장은 물론 시·구의원 상당수가 국민의힘인데 험지라 부를 수 있겠느냐”며 “험지 출마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셈”이라고 봤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내부적으론 종로의 상징성을 고려해 내년 총선 ‘최대어’로 떠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카드가 거론되던 차였다.

특히 “당과 상의했다”는 하 의원의 설명과 달리 당은 하 의원과의 별도 조율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하태경 의원의 종로 출마를 의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현재 우리 당이 지역구 의원으로 있고 험지로 보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 행사에 참여한 직후 하 의원의 종로 출마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협의회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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