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6일까지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21조원 이상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석 달 만의 자금 유출이자, 올 1월(61조원) 이후 최대폭 유출이다.
올 들어 분기 종료 후 다음 달인 1월, 4월, 7월에 각각 은행에서 예금이 인출됐다. 다만 1월과 4월은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웠지만, 7월에는 예금금리가 전월대비 1%포인트 가까이 올라 4%대를 보였는데도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한은이 집계한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수신금리(가중평균)는 5월 3.56%, 6월 3.69%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7월에는 더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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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도 19조원 이상 몰렸다. 1월 39조원이 순유입된 이후 6개월 만에 최대폭 유입세다. MMF는 주로 단기 채권 등으로 자산 운용이 이뤄지나, 만기 자체가 짧기 때문에 투자 심리에 따라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
예금금리가 오르고 있음에도 증시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2차 전지 관련주 등이 폭등하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투자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차 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086520)는 7월에만 60% 넘게 올랐다. 장중 최고가(153만9000원) 기준으로는 104% 이상 급등했다. 2차 전지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로 포스코그룹 주식들도 대세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포스코홀딩스는 65%, 포스코DX(022100)는 128%,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126%, 포스코퓨처엠(003670)은 49% 각각 상승했다.
한은이 6개월째 금리를 동결했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금리 인상기가 서서히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있지만,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FOMO’심리가 더 크게 자극되고 있다.
가계에 쌓여 있는 초과저축도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과저축은 팬데믹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을 일컫는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01~129조원으로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에 달했다. 이런 초과저축은 소비보다는 투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주연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 가계는 초과저축을 추가적인 소비재원이나 부채 상환에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2022년 중 가계 금융자산은 1006조원 늘어나 직전 3개년(2017~2019년) 591조원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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