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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딸 김주애, 후계자 내정돼 지도자 수업 시작한 듯"

권오석 기자I 2023.03.02 16:16:22

[만났습니다]②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주애, 손 흔들기 등 최고지도자 행동 따라 배우는 중
김일성 상기시킨 게 큰 듯…김여정은 '창밖의 여자'된 듯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대담 이승현 부장·정리 권오석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인 김주애는 이미 후계자로 내정, 지도자 수업도 시작했다고 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4대 세습`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주장했다. 김주애가 지난달 ‘건군절’(조선인민군 창설일)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비롯해 수차례 군 관련 행사에 얼굴을 비춰온 것으로 보아 북한의 차기 최고 지도자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김주애가 후계구도 수업에 들어갔다고 보는지 물은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그렇다”고 하면서 “(손 흔들기 등) 최고 권력자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서 배우고 있지 않나. 우표에도 들어가고,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자리에도 데려갔다. 그만한 또래 아이들에게 ‘위대한 조선노동당의 역사를 같이하는 김주애 동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김주애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당시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사진을 중심으로 김주애의 모습을 담은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우표 발행은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이 후계구도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정 전 장관은 “조금 창밖의 여자가 됐다”고 했다.

물론, 매우 가부장적이고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후계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 슬하에는 3남매가 있고 첫째는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히 확인된 부분은 없다.

정 전 장관은 예로부터 인재를 등용할 때 용모·언변·글씨·판단력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언급하면서 “김주애가 자기 오빠보다는 신체적 측면에서 백두혈통의 원주(김일성 주석) 모습을 상기시킨다는 게 크게 작용한 듯하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아무리 보수적인 사회라도 여성이 요직을 차지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외무상에는 여성인 최선희가 있고, 북한 첫 여성 장관을 역임하며 20년간 북한의 재정을 총괄했던 고(故) 윤기정 김일성종합대학 명예교수도 있었다.

정 전 장관은 “김주애 성격이 과단성이 있는 등 오빠보다 나은 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과거 `여남동등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수령의 정신에도 맞는 부분”이라며 여성이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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