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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文정부 은폐 결론...야당 “종북몰이”

윤정훈 기자I 2023.12.07 17:31:20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군 피살사건 조사결과 발표
국방부, 해경, 통일부, 국가안보실 등 함께 은폐 시도
월북 아니라는 증거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나타나
민주당 "전과 다를 바 없는 보고서…총선 앞두고 종북몰이"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감사원이 지난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국가안보실 등 정부기관의 사실 은폐와 왜곡이 있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결론을 정해놓고 하명감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기록물법 위헌’ 헌법소원 청구 및 가처분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국방부, 해경, 통일부, 국가안보실 등에 근무하는 관련자 13명이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했다고 판단하고 징계·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아울러 퇴직자의 경우 비위사실 통보를 요청하는 동시에 국가안보실 등 6개 기관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초동대처 부실 및 사실 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지난 10월 말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다만 감사보고서는 국가 기밀 사항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해공무원 피살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씨를 자진 월북으로 발표했는데, 이를 감사원은 피살사건으로 보고 당시 문 정부의 공무원들이 은폐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안보실은 이씨의 발견 사실을 합참으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에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봤다. 서훈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오후 7시30분경 조기퇴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 발송 필요성 등을 검토하거나 안보실에 건의하지 않았고 해경 및 중부청, 통일부, 합참, 해군 모두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국방부 지시를 받은 합참은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비밀 자료를 삭제하며 은폐에 나섰다. 삭제 자료만 23일 당일 60건, 이후 123건 등 총 183건에 달했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은 사건 당일 당시 18시경 국정원으로부터 발견정황을 전달받은 후 수차례 통화를 통해 서해 공무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도 발견정황 등을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구조 및 생존 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22시 15분경 퇴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보고서 작성하면서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 착용’ 등의 첩보를 제외하고, 추후 해경 수사에서도 ‘거듭된 질문에 월북 답변’, ‘실종 직전에는 없었던 붕대 착용’ 등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첩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는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해경의 최종 수사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2020년 9월 말부터 서해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국회에 대응했다.

감사원은 “비위행위가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고 하급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점, 군·해경 조직의 특수성, 퇴직자가 다수인 점, 처분요구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의 정도 및 처분요구의 대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감사 결과를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것은 ‘종북 몰이’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총선 때마다 보수 정권이 자행했던 ‘북풍 몰이’를 다시 시작하려는 것인가”라며 “모든 사실관계에 눈 감고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답만하면 돼)’ 결론으로 하명 감사를 완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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