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내연차 판매 금지 후폭풍…글로벌 車업체들 긴장

방성훈 기자I 2020.09.25 16:54:17

유럽·亞 이어 美서도 탄소배출 제로 시동
탄소배출 감축 글로벌 움직임에 속속 전략 수정
유럽, 전기車 전환 가속화…美, 캘리포니아에 '발끈'
日업체들도 비상…도요타, 하이브리드 전략 선회할 듯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州)가 오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이 소유한 스웨덴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는 이날 2025년까지 차량 한 대당 탄소배출량을 50% 감축하고 제조 및 물류 등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역시 2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프로그램 자금 지원을 위해 녹색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오는 2035년부터 신규 차량 판매시 휘발유 또는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을 따라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WSJ은 “뉴섬 주지사의 발표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며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6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 역시 처음부터 친환경 차량을 중심으로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지원 등의 정책을 펼쳐 왔다.

EU의 경우 차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킬로미터(km)당 현재 130g에서 올해 95g, 2030년엔 47.5g, 2050년엔 10g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 기준 신차 판매의 60% 이상이 완전 전기차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초과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판매량을 토대로 차량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와 별도로 독일은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95g 이하인 자동차에 보유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체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BMW 역시 지난 7월 주행 킬로미터당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BMW 전기차 700만대가 주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다임러 역시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아시아에 이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친환경 위주 차량 생산을 목표로 경영 궤도를 바꾸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SJ은 “내연기관 차량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볼보의 호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35년 경엔 현실적으로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17개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조치를 내린 만큼, 업계 전문가들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자동차 분석업체 베른슈타인리서치의 아른트 엘링호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중국은 내연기관 차량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미국은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가 30개 자동차 과련 제조업체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금지령이 발효되는 203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약 절반 가량이, 2050년엔 80% 가량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는 폭스바겐이 연간 1120만대의 완전 전기차를 판매하는 선도 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도요타(650만대), 테슬라(490만대), 제너럴모터스(410만대)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리서치그룹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신규 전기차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2.8%에 불과했다. 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3대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자동차이노베이션협회(AAI)를 통해 “규제를 통한 시장 구축은 성공할 수 없다”며 반발 성명을 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47%에 달하는 주요 시장이다. 문제는 캘리포니아주가 발표한 환경규제에 따르면 연료와 전기를 함께 동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량은 배출가스 제로 차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도요타가 미국에서 판매한 신차 중 친환경 차량 비중은 11.5%지만, 대부분은 완전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다. 이에 도요타는 북미 경영 전략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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