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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총수만 할 수 있는 의사결정도 있다… 국익 고려한 JY 사면 필요

피용익 기자I 2021.05.10 16:44:05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총수 공백에 빠진 삼성의 경쟁력 약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경제계는 물론 종교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국익이 있다. 삼성이 투자 적기를 놓친다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미국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공식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미국내 투자는 다양한 분야의 한미 협상에서도 좋은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부재가 회사의 투자 결정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없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일상적인 경영은 최고경영자(CEO)들이 할 수 있다. 이미 예정돼 있는 투자를 집행한다든지 매년 하는 고용을 예년 수준으로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CEO는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 결정은 하기가 어렵다. 자칫 사업이 잘못됐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꺼릴 수밖에 없는 게 전문경영인의 속성이다. 반도체 공장 증설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총수의 몫이란 얘기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총수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3년 며칠밤을 고심한 끝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최태원 SK 회장이 2012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 그리고 구광모 LG 회장이 최근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 등은 총수만 할 수 있는 결단이다. 지금의 이 부회장 역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이지만,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에서 촉박한 면회 시간에 경영 지시까지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야 하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평성,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 특별연설 내용대로 문 대통령이 오직 국익을 고려한 결단을 내리길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 예정돼 있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방미길에 이 부회장을 동행시킬 수 있다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18일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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