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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판결, 연구단체도 비판 …"이제 책임도 못물어"

장영락 기자I 2021.01.19 13:57:05

"CMIT·MIT 흡입해도 책임 물을 수 없게 됐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부정한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연구단체 성명이 나왔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 이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를 마음껏 흡입하게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SK케미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 재판에서 가습기 살균제 주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흡입과 피해자들의 폐손상 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문제의 물질이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해 이미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례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도록 하는 판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미 해당 물질의 폐 건강 유해성을 확인한 일부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무죄 판결이 나온 데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회는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들은 CMIT와 MIT를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인체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안전성 확인 의무를 회피했다. 그럼에도 1심 결과가 무죄인 이유는 재판부가 집중한 대상이 ‘피고의 잘못’이 아니라 ‘CMIT와 MIT의 질환 발생에 대한 과학적 입증의 어려움’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재판부는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그 근거를 동물실험에서 찾았다. CMIT와 MIT가 가습기 피해질환(폐섬유화·천식)에 대한 인과성 규명이 안 된다는 것에 집중해 판결했는데, 이것은 과학적 한계에 집중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왜 피고인들은 CMIT·MIT가 자극성이 강한 물질인지 알면서도 직접 흡입 가능한 제품에 적용했는가, 제품 개발과 상품 출시 이후 독성 또는 유해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지했음에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이를 피고들이 은폐·축소하려 했는가, 피고 상호 공모와 책임 회피의 행위를 하였는가 등을 재판부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체도 아닌 동물 시험을 근거로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만을 근거로 독성 물질 사용 주의 의무를 위반한 피고인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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