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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삼비무역대표 "기댈 곳 없는 설움..함께 뛰어준 소공연"

정태선 기자I 2017.12.26 19:05:41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밤낮없이 일했는데. 너무 막막하네요.”

더 이상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텅 빈 작업실을 바라보는 삼비무역 정명숙 대표의 마음이 무너진다. 질 좋은 원단과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승부해 온 섬유제조업체 삼비무역은 자금난으로 2012년 창사이래 최근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고는 베트남에서 터졌다. 파업이 발생한 것. 이에 보름가량 납품이 지연됐고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클레임이 발생했다. 납품가는 약 3억원이었다. 대금 지불을 못해 의류 6만 장이 6개월째 인천 세관에 고스란히 묶여 있다. 판매가를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게 됐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3차 협력업체들 5곳까지 줄줄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결국 정명숙 대표는 샘플제작 생산라인마저 중단하고 직원들을 내보냈다. 현재 개인 SNS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소량주문 받아 간신히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 대표는 1982년 고등학교 졸업 후, 섬유업체에 취직해 줄곧 한 길만 걸었다. 국내에서는 섬유산업이 사양이라고 하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실히 회사를 키워왔다.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 주문자생산(OEM)방식으로 중국,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에서 제품을 생산해 자체 판매도 하고, CJ홈쇼핑에 납품하는 2차 밴더로 자리매김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수천만 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도 작년 연매출 30억 가량을 달성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예상할 수 없었던 베트남 파업에 더한 납품지연에 따른 배상액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정 대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 때마다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다.

“공정거래 위원회에 문의해 봤지만,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어려워지니 대출도 받기 힘들구요.” 납품이 지연될 경우 위약거래 의무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보상액을 좀더 높게 약정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정 대표는 소송마저 포기했다. 이길 확률이 희박할 뿐 더러 지난한 싸움에 회사는 결국 문 닫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정명숙 삼비무역 대표가 회사 경영난 타계를 위해 이치우 소상공인연합회 피해예방 지원 경영개선 컨설턴트와 상담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죽기야 하겠나. 최선을 다하자”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정 대표가 찾은 곳은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의 ‘피해예방 지원 소상공인 경영개선 컨설팅’이다.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소공연의 지원으로 은행권 출신의 재무전문가 이치우 컨설턴트를 만났다. 융통할 자금만 있으면 얼마든 소생 가능한 업체가 손도 못 쓰고 망해가는 것 같아 이 컨설턴트의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다.

그는 현재 삼비무역에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제도’를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안한 상태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게 법원 감독아래 채권자, 주주, 종업원 등 이해관계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사업을 회생시키는 제도이다. 이자비용이나 채무상환 부담이 과중한 기업이 향후 발생할 이익으로 체무면제, 상환유예, 이자감면 등 채권의 권리 변경된 채무를 상환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부채 탕감을 받을 수 있으면 해외시장에서 제조, 수출 경력이 있으니까 의류 제조를 통해서 매출 신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 쪽으로 회생 제도를 이용해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이지만 이 컨설턴트는 정 대표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실은 암담하지만 정 대표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이다. 정 대표는 “어제 처음으로 단체복 주문이 하나 들어왔어요. 나락 끝에서 한 줄기 희망 같네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해보겠다”며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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