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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수가제는 진료항목에 대해 적정한 진료비용 또는 진료비용의 상·하한을 정부나 전문기관이 결정해, 해당 항목의 진료비는 모든 동물병원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9년까지 표준수가제와 유사한 동물병원 의료수가제가 시행됐지만, 같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외되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의료수가제가 폐지됐다. 동물병원들의 의료비 담합을 막고 자유 경쟁을 통해 의료비가 내려가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의료수가제 폐지 이후 오히려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를 비교하기 어렵고 부담을 느낀다는 불만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최근 3년간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피해 98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진료비 과다청구에 대한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2020년 실시된 조사에서 동물경원 이용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80% 이상이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려동물 가구가 네집 중 한집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면서(2020년 기준, 27.7%) 이같은 진료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은 대선공약으로 제시됐다.
다만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해선 진료 표준 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하는 만큼 단기간 도입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같은 진료 행위에 대해서도 절차가 다르고, 같은 병에 대해서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진료 행위로 볼지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져 있지 않다. 특정 진료항목에 대해 적정비용의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선, 진료항목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한편에선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해 정부가 개입에 나선다면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성 있는 분야에 가격 개입에 나설때는 그만큼 지원책 또한 있기 마련”이라며 “포괄수가제와 같이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반려동물 공적보험 도입 등 국가가 책임지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