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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찾은 이국종, 가장 먼저 한 말은 "창피하다·부끄럽다"

김민정 기자I 2017.12.07 15:22:11
이국종, 외상센터의 역할 주제 세미나 참석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북한 귀순병 치료로 주목을 받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7일 국회에서 국내 권역외상센터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날 이 센터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하는 ‘포용과도전’ 모임 세미나에 참석해 ‘외상센터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아덴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창피하다. 김성찬 의원이 해군 제독으로 책임진 작전이고 목숨 걸고 작전에 임한 장병들이 있는데 (영웅으로 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웬만하면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지만 아덴만 이후 이런 일을 너무 많이 당했다”라면서 “내 이름 팔아서 ‘이국종 꿈 이뤄지다’ 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났는데 예산으로 산 헬리콥터는 다른 병원에 갔다. 예산을 늘리면 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피눈물이 난다. 가져가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전했다.

국회는 애초 예산 심사 때 외상센터 예산을 삭감했다. 그러나 이 센터장의 활약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국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관련 예산을 200억원 증액한 6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말했다. 현재 외상센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잠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제도 개선까지 가기에는 장애 요소들이 많다는 것.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서진=연합뉴스)
이 센터장은 중증외상환자 이송에 필요한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예산 증액에 대해서도 “제가 헬기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는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면서 “저는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 일단 론칭(시작)한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어디서든 하면 다행”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의료계의 따가운 시선도 언급했다. 그는 “의료계 내에서 이국종이 지방 조그만 시골병원, ‘지잡대’ 병원에서 별것도 아닌 환자를 데려다가 쇼한다고 뒷담화가 너무 심했다”며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메인 스트림이고 오피니언 리더다”고 말했다.

또 “오늘 다른 의원이 심포지엄 한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와서 하는 거다. 저는 거기 초대받지 못했다. 제가 싫을 거다”며 “이런 분들이 보건복지부에 영향력이 있고 장관을 가지고 흔드는데 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런 돌이 날아오면 저는 맞아 죽는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한 해면 한 두건씩 꼭 헬기가 추락하는데 저희가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립묘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개인 헬기를 몰고 가는 게 아니라 죽으면 같이 다 죽으니 같이 끝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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