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표본조사만 했는데…文정부 태양광 비리 2267건 적발(종합)

윤종성 기자I 2022.09.13 20:05:50

국조실, 지자체 운영실태 점검
부당 대출· 지급 자금 2616억원
한덕수 "전 정권 압박용 아니야"

[이데일리 최정훈 조용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조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위법·부당 행위로 2600억원이 넘는 혈세가 줄줄 샌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빌미로 전 정권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무조정실은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사례 2267건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부당하게 대출·지급된 자금은 총 2616억원에 달했다. 이번 점검은 전체 지자체 대상 실태 조사에 앞서 진행한 표본조사 격이다.

실태점검 결과,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실이 확인됐다. 대출지원사업은 광범위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무등록업체와 계약 후 대출이 이뤄졌고, 특히 태양광 설치 지원 대출사업의 경우 점검대상사업의 17%가 부실로 밝혀졌다. 보조금 지원 사업도 쪼개기 수의계약, 결산서 조작 등 회계 부실도 드러났다.

총 395개 사업 중 99개 사업(25%)에서 201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부당하게 141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43건은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하게 대출받은 사례이고, 나머지 56건은 규정에 따른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종이 세금계산서를 제출한 뒤 대출받은 사례이다.

4개 지역 금융지원사업 중 158건(대출금 226억원)이 규정에 어긋나게 이뤄진 사실도 발각됐다. 공사비 내역을 시공업체 등의 견적서만으로 확정한 것으로, 부실대출· 초과대출 사례에 해당한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자가 무등록업체 불법 계약·하도급 업체와 계약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3년간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전수조사에서 점검 대상의 약 17%인 1129건(대출금 1847억원, 태양광 사업 1126건)은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경우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이번 점검을 통해 쪼개기 부당 수의계약, 결산서 허위 작성, 장기 이월금(잔액) 미회수 등 한국전력(015760) 전력기금사업단 및 지자체의 기금 관리 부실 사례가 확인됐다. 1조 427억원이 투입된 융복합사업 점검결과 4대 보험료 등 정산성 경비를 정산하지 않아 최근 4년간 256억원의 예산 낭비도 벌어졌다.

점검에서는 △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벌인 사례 △지자체가 특정업체 장비를 구입한 사례 등 위법과 특혜가 의심스러운 정황도 포착됐다. 전기안전점검장비 구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는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14건, 약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다.

280억원 규모의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의 민간사업자 부담분(50%, 142억원) 중 77억원을 부당하게 과다 계상한 사례도 나왔다.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은 실시간 전력사용데이터를 제공해 가정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전력사용 절감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전력 수요관리사업의 일종이다.

정부 관계자는 “적발된 사항은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철저한 의지를 갖고 환수조치토록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추가 점검을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조사 내용이 전 정권 에너지정책을 압박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특정한 정부가 바뀌었으니 한 것과 관련이 없다”며 “누구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같은 것을 잘 바꿔도 되겠다 하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의 사건이 안타깝거나 유감스러운 게 분명한데 제도를 고친 것이 더 많은 비용을 국가나 사회나 경제에 강요하는 그런 식의 개선은 제도개선이 아닐 경우가 있다”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