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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 추진...가스공사 해외자원개발 '31억9500만달러' 손실봤다

김일중 기자I 2018.07.26 11:39:06

자체점검 결과...108억달러 투자해 25억300만달러 회수
경제성 평가 부실·무리한 의사결정·거짓 보고 등 확인
공사 "검찰에 관련자료 제출...손해배상 청구도 검토"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한국가스공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 관련해 자체 점검한 결과 대규모 손실이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26일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체 점검 결과 보고서’를 통해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총 26개 사업에 총 108억 달러(약 12조원)을 투자했으나 회수액은 25억 300만 달러(약 2조 8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손실액은 총 31억 9500만 달러(약 3조 5700억원)로, 손실(탐사 실패 및 사업 중단으로 확정된 금액)이 1억 4100만 달러, 손상(추정 회수 가능액이 장부가액에 미달)이 30억 5400만 달러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 해외자원개발사업 점검 결과, (자료=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대규모 손실 발생 원인에 대해 △투자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채 무리한 투자의사결정 △유가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대응 및 관리능력 부족 등을 꼽았다.

가스공사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사례도 공개했다.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 2300억원 투자해 1709억원 손상차손

우선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은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BC주)에서 셰일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지분 50%)으로 2010년부터 13개의 가스정을 개발했으나 가스가격 하락과 생산성 저하로 추가 개발을 중단해 현재 3개 가스정만 운영 중에 있으며, 총 2억 7200만 캐나다 달러(약 2336억원)를 투자해 1억 9900만 캐나다 달러(약 1709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자료=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이 사업에 대해 자문사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 상 수익률(9.5%)와 이사회에 보고된 수익률 및 자문사 최종평가 보고서 상 수익률(12.6%)이 달랐다며 수익률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으며, 자문사 중가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자산 가치 상한액인 4억 달러를 초과한 5억 6500만 달러에 자산을 매입해 고가 매입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실무위원회부터 투자심의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사회까지 단 8일 만에 이뤄지는 등 의사결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무리한 사업 추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추가광구 매입 시 자체 기술평가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당초 기술평가 기관의 가채자원회수율은 23%에 불과함에도 운영사가 제시한 회수율 50%를 그대로 사용해 결과적으로 고가매입 논란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라크 아카스사업, 내전에도 추가 투자…3억7900만 달러 손상차손

이라크 아카스 사업은 2010년 이라크 안바르주에 있는 아카스 가스전을 낙찰 받아, 운영사(지분 75%)로서 가스전을 개발·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14년 IS사태로 사업이 중단돼 이미 투자한 3억 8400만 달러(약 4300억원) 중 3억 7900만 달러(약 4247억원)의 손상차손을 입었다.

(자료=한국가스공사)


이 사업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검토된 목표수익률인 15%를 실무부서 검토 없이 두 차례 하향해 10%까지 낮췄으며, 전임 사장이 이사회에서 이전 입찰 참여시 목표수익률을 10%까지 위임받았다고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에 참여한 정황이 나왔다.

게다가 2013년 12월 이후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치안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체 대응방안을 6개월이 지난 2014년 6월에서야 수립했으며 이 기간 동안 기자재를 무리하게 추가 발주하는 등 투자비 1억 3900만 달러를 집행해 손실을 확대시켰다.

◇호주 GLNG사업,투자비 증액 예상됨에도 무리한 추진…1조8900억원 손상차

호주 GLNG사업은 호주 퀸즈랜드주에서 석탄층 가스전을 개발, LNG 플랜트를 운영하는 사업(지분 15%)으로, 2010년 1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유가하락 등으로 투자비 42억 5200만 달러(약 4조 7640억원) 중 16억 9100만 달러(약 1조 8900억원)의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가스공사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0년 6월 첫 이사회 이후 호주 달러의 평가절상, 개발비용 증가로 투자비 증액이 예상됐음에도 2012년 6월 운영사인 산토스가 투자비 증액을 공시한 이후인 2012년 11월에서야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사업관리를 소홀히 했다.

또한 지분 매입 시점인 2011년 2월 제3자 LNG구매자의 LNG 매매가격 인하로 연간 약 1500만 달러의 수익이 감소되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으며, 최초 경제성 평가 시 지분 매입비 이자비용 3600만 달러를 누락하는 등 경제성 평가도 부실했다.

게다가 당시 공사에서 통용되던 목표수익률 10%에 미달함에도 별도 검토 없이 투자를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2차례 투자비 증액 시에도 유가전망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수익률을 과다하게 산출했다.

◇가스공사 “국민께 죄송…외부전문가 참여 확대 등 강도높은 혁신나설 것

가스공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가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이사회에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사업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사례 등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투자의사결정과정에서 윗선의 무리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업추진 과정에서 비리연루 의혹 등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관련자 대부분이 퇴직했을 뿐만 아니라 징계시효가 경과하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검찰에 관련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추가 확인 및 조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는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외부전문가 참여 확대 등 통해 투자 의사결정 과정 객관성·공정성 확보 △상시 감사시스템 등 리스크 관리 및 책임성 강화 △부실사업 관리 시스템 구축 △외부전문인력 확보로 사업개발·관리·기술 분야 인적 역량 확충 및 전문성 제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강도 높은 자율혁신 활동을 적극 추진해 신뢰받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가스공사의 자체점검은 가스공사 감사실, 외부 감사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통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됐으며 ‘해외자원개발 의혹 안심제보센터’를 운영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제보를 청취하는 과정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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