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다음서 ‘中 응원’ 93%…'댓글 국적 표시법' 내놓은 與

김현아 기자I 2023.10.04 16:37:55

매크로프로그램이 왜곡..카카오, 경찰 수사의뢰
2018년 민주당이 네이버 댓글조작 수사의뢰
정부, 범정부TF만들어 포털 여론조작 대책 마련 나서
"포털 책임강화해야"..김기현 발의 '댓글국적표시법' 언급
스포츠 응원이 여론조작인가?..인터넷 검열 논란 키울 수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과 관련해 포털 다음에서 참여자의 93%가 중국을 응원한 결과가 나와 여권이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박성중·김병욱 의원은 “제2의 드루킹 사태”라며 여론 조작 작전세력을 언급했고, 4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와 “포털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셈”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문화부 등이 참여하는 방지 대책 전담팀(TF) 구성과 ‘포털의 여론 왜곡 방지 법안’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김기현 대표가 발의한 ‘댓글 국적 표시법’이 입법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 조작의 폐해를 줄이자는 의도지만, 중국의 댓글 검열시스템이나 북한의 통제 가능한 인터넷 ‘광명망’ 이용 강제와 유사하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매크로프로그램이 수치 왜곡 확인

카카오도 다음스포츠의 ‘클릭응원’ 서비스 통계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확인했다. 지난 1일 한중전 경기의 전체 클릭(약 3,130만건) 중 한국 응원은 6.8% (211만 건), 중국 응원은 93.2%(2,919만 건)였는데, 참여 IP를 보니 해외에서 온 것이5%에 불과했지만, 총 클릭 응원 수는 해외 IP에서 86.9%를 차지한 것이다. 네덜란드 IP 79.4%(1,539만 건)와 일본 IP 20.6%(449만 건) 등 단 2개의 해외 IP에서 2000만 건 가까이 응원 클릭이 나왔다.

반복 작업을 자동화시키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상사설망(VPN)을 써서 IP를 우회할 수도 있는 만큼, 한중전 응원결과 조작을 네덜란드인이나 일본인이 했다는 증거는 없고, 내국인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고,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사건과 유사해져…‘댓글 국적 표시법’은 논란

이 사건은 2018년 1월, 추미애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네이버 댓글 조작 수사를 의뢰하면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 정치권이 ‘사태의 배후(여론조작세력)’을 언급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점이 그렇다. 당시 민주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을 모욕하거나 올림픽 개최를 문제 삼는 댓글을 누군가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의심했지만,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로 마무리됐다.

인터넷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분주해질 것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네이버는 당시 △24시간 내 하나의 계정으로 클릭할 수있는 ‘공감·비공감’ 수 50개로 제한 △동일기사 작성 댓글 수 20개→3개로 축소 △댓글 작성 시 최소 1분을 기다리는 내용 등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번에는 카카오가 다음스포츠의 ‘클릭응원’을 즉시 종료하고,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클릭응원’서비스는 로그인하지 않고도 놀이처럼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고, 응원 횟수에도 제한이 없는데 이를 로그인 기반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댓글에 국적을 표시하는 법’은 논란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범정부 TF에서 포털의 ‘가짜 여론·가짜 뉴스’ 방지 의무 강화법을 논의하며, 국가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김기현 의원이 발의한 포털 여론 왜곡 방지 법안 등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부의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스포츠 응원수를 여론으로 보기엔 무리라는 점, VPN 우회가 가능한 상황에서 국적표기의 실익이 불명확하다는 점, 자칫 인터넷 검열 국가인 중국·북한과 유사한 규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가면서 스포츠경기 응원 수 조작을 여론 조작으로 끌고 가는 건 논리가 좀 부족하다”면서 “콘텐츠 서비스는 저작권 때문에 막는 걸 봤지만, 댓글에 국적표시제(정보통신망법 개정안)를 하는 건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상의 가짜뉴스에 대한 폐해가 커지면서 표현의 자유 수호만을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 정부 때도 가짜뉴스 방지법을 만들려 했지만 가짜뉴스 정의가 어렵고 논란만 키워 결국 안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시기 선거게시판 실명제와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모두 위헌 판결을 받았다”면서 “국적표시 댓글제는 네티즌의 익명성을 저해해 표현의 자유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